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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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나오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물병원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온라인 카페와 SNS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사례가 없고 인간보다 전파성과 감염력도 낮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첫 반려동물 코로나19 확진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남 진주 국제기도원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첫 사례다. 당시 기도원에 머무르던 주인이 어미와 새끼 두 마리 등 총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는데 새끼 중 한 마리가 양성으로 확인됐다. 반려묘 주인은 이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주인에게서 고양이로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19일에는 서울대 벤처기업 프로탄바이오 대표인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경기 성남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이 의심되는 강아지를 확인했다. 이 강아지를 키우는 보호자도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례 모두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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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반려동물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주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A씨(32)은 "26일 예방 접종을 맞으려고 동물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일정을 취소했다"며 "당분간 공원 산책을 같이 가는 것도 자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최모씨(29)는 “반려동물에게 끼울 마스크를 사려고 인터넷을 여러곳 검색했다”며 “코로나19 검사라도 한번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이날 협회 소속된 수의사들로부터 ‘동물병원에 코로나19로 내원했을 때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가 여러차례 왔다”고 말했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 감염 사례 없어"

질병관리청이 지난 14일 발간한 ‘동물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개·고양이·호랑이·사자·퓨마 등 동물 5종에서 감염 사례 135건이 확인됐다. 코로나에 감염된 동물들은 무증상, 무기력, 호흡곤란, 기침, 식욕부진 등 증상을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동물의 코로나19 전파성과 감염 가능성이 인간보다 현저히 낮다고 지적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직접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킨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직접 감염시킨 사례도 발견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욱 한국수의임상포럼 회장은 "동물은 코로나19가 사람만큼 쉽게 감염되지 않는데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수용체가 달라 감염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된 연구에 따르면 동물이 갖고 있는 코로나19 전파 능력이 높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며 “비말 전파성이 낮기 때문에 마스크를 끼더라도 큰 방역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의심 땐 반려동물 접촉 줄여야"

CDC는 코로나19 확진자일 경우 반려동물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반려동물을 돌보게 하라고 조언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가정, 농장, 동물원의 동물 및 야생동물과 긴밀하고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반려동물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시설은 국내에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검사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방역 당국과 논의 중"이라며 "당분간 반려동물 산책이나 다른 동물과의 접촉을 줄이고, 손 씻기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