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까지…끝없이 터지는 남성 진보 정치인들 성추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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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성평등을 강조해 온 진보 진영에서 연이어 발생한 남성 정치인의 성추행과 추문이 충격을 낳고 있다. 근본적으로 진보 진영이 성인지감수성을 습득하는 ‘체질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 의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정의당의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에 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의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자치단체장의 잇따른 성폭력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정의당은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반(反)성폭력 선거’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의당이 외부적으로 성평등이란 주제에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의당 안에서는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진보 의제를 좇는 세력과 성평등, 기후 등 새롭게 부상한 진보 의제를 중요시하는 세력 사이에서 내부 충돌이 잦았다”고 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과거 운동권 내에서 성폭력 문제 제기가 늘 있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은 없었다”며 “진영 내에서 ‘대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같은 ‘사소한 것’은 묵살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로 권력이라는 멋있는 옷까지 입게 됐다”며 “세상이 바뀌면서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영을 떠나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에서는 권력 습득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통제를 잃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바로 대놓고 거부를 못하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진보 인사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지만 진영을 떠나 권력에 대한 통제 불능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평등 의제를 우선시한 정의당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성폭력 문화가 만연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제대로 된 처벌 등 강경한 메시지를 사회가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성희롱·성폭력에 그동안 굉장히 관대했다”며 “이번 사건은 누구도 (성폭력 가해에) 예외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성이 권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성폭력 가해 정치인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 등 가해 정치인들이 다시는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자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김소현/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
'성평등' 강조해 온 정의당에서 '성추행'
25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과 식사를 같이 한 뒤 성추행을 했다. 정의당은 이날 김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성평등 의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정의당의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에 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의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자치단체장의 잇따른 성폭력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정의당은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반(反)성폭력 선거’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의당이 외부적으로 성평등이란 주제에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의당 안에서는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진보 의제를 좇는 세력과 성평등, 기후 등 새롭게 부상한 진보 의제를 중요시하는 세력 사이에서 내부 충돌이 잦았다”고 했다.
"성폭력에 진보·보수 따로 없어...성폭력 문화 만연"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진보든, 보수든 간에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속성이 다르지 않다”며 “이번 사건 역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내면화가 안됐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평등 의제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과거 운동권 내에서 성폭력 문제 제기가 늘 있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은 없었다”며 “진영 내에서 ‘대의’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같은 ‘사소한 것’은 묵살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로 권력이라는 멋있는 옷까지 입게 됐다”며 “세상이 바뀌면서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영을 떠나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에서는 권력 습득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통제를 잃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바로 대놓고 거부를 못하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진보 인사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지만 진영을 떠나 권력에 대한 통제 불능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평등 의제를 우선시한 정의당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성폭력 문화가 만연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제대로 된 처벌 등 강경한 메시지를 사회가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성희롱·성폭력에 그동안 굉장히 관대했다”며 “이번 사건은 누구도 (성폭력 가해에) 예외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성이 권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성폭력 가해 정치인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 등 가해 정치인들이 다시는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자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김소현/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