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며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2% 하락했지만 S&P 500은 0.36%, 나스닥은 0.69% 상승해 마감했습니다.

이번 주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핵심 기업들의 실적 발표(4분기) △미 중앙은행(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발표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앞둔 가운데 애플은 지난주 모건스탠리에 이어 이날 웨드부시, 에버코어ISI가 목표주가를 높이며 또 다시 급등했습니다.

웨드부시는 "애플이 눈이 튀어나올만한 아이폰12 판매량을 발표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60달러에서 175달러로 올렸습니다. 에버코어의 경우 목표주가를 160달러로 높이면서 애플이 아이폰으로 휴대폰 산업을 혁신했던 것처럼 애플카로 자동차산업도 파괴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은행 베어드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이어 독일, 미국 텍사스에도 공장을 지으면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488달러에서 728달러로 50% 높였습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함께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등을 지주회사로 묶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지난 달 한 투자자가 트위터를 통해 '지주회사를 만들어 창업한 회사들을 아래에 두는 게 어떠냐'는 제안하자 머스크가 "좋은 생각"(Good idea)이라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의 남편이 지난해 12월 테슬라 옵션을 매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배런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신고한 남편 폴 펠로시의 12월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 지난달 22일 애플과 테슬라, 월트디즈니의 콜옵션을 매수하고 얼라이언스번스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폴은 테슬라 콜옵션을 25계약(2500주) 사들였는데 행사 가격은 500달러, 만기일은 2022년 3월18일입니다. 당시 테슬라는 S&P 500 지수 편입을 앞두고 급등해 시장에선 당시 테슬라가 640.34달러로 마감됐었습니다. 시장에선 당일 폴이 한 계약당 300~330달러를 주고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이면 최소 800달러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당시는 또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조지아주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1월5일)를 2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민주당 후보들이 승기를 잡아가던 때였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원유 파이프라인 계획과 6일간 국공유지에서의 원유 신규 시추를 중단시키는 등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보조금 규모를 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폴은 사업가이며 벤처캐피털리스트이며 투자자입니다. 사업뿐 아니라 애플 디즈니 페이스북 등에 투자해 수천만 달러의 재산을 일군 사람입니다. 이런 폴이 테슬라가 향후 대폭 오를 것으로 본 것이란 추정이 나왔죠.

폴은 또 애플 주식 콜옵션 100계약(행사가 100달러, 만기일 2022년 1월21일), 월트디즈니 콜옵션 100계약(행사가 100달러, 만기일 2022년 1월21일)도 사들였습니다. 금융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주식도 2만 주 매수했습니다.

이에 이날 테슬라 주가는 장중 6% 넘게 치솟기도 했으며 2.85% 오른 채 마감됐습니다.
이날 애플, 테슬라가 이끌면서 기술주들은 또 다시 선전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금융주들이 며칠째 하락하면서 시장을 끌어내렸습니다.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가 월가가 싫어하는 규제주의자인 게리 겐슬러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로힛 초프라를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에 발탁한 탓입니다. 이날 나스닥은 상승했지만, 다우 지수는 하락세를 보인 이유입니다.

제약사 모더나가 남아공에서 발견된 코로나 변종의 경우 백신으로 인해 항체가 6분의 1정도 형성되는 데 그친다고 발표하고, 골드만삭스는 변종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이 내년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보낸 것도 시장엔 부정적이었습니다. 미국의 대형제약사 머크가 2종의 백신 개발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애플 테슬라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정작 이날 정작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식은 게임스톱이었습니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은 한동안 잊혀진 주식이었습니다. 지난 13일 츄이의 공동창업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이며, 게임스톱의 전 최고경영자(CEO)이던 라이언 코언이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코언은 자신의 RC벤처스를 통해 지분을 사들인 뒤 자신을 포함한 3명이 새로 경영에 참여하기로 한 겁니다. 그는 작년 8월부터 게임스톱이 모든 점포를 팔아버리고 온라인 유통점으로 변신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주장에 이른바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들이 가세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라는 토론방을 만들어 돈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주식뿐 아니라 주식콜옵션까지 대거 매수했습니다. 레딧에서는 5만3000달러를 옵션에 투자해 며칠 만에 1100만달러를 벌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60달러짜리 게임스톱의 콜옵션 가격은 장중 2센트에서 16.7달러까지 뛰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만 해도 19달러대이던 게임스톱의 주가는 22일 65.0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날은 장 초반 144% 오른 159.19달러까지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거래량도 이날 1억7000만주에 달해 30일 평균인 3000만주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게임스톱 주가가 지난 13일부터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폭등하자 시트론, 멜빈 등 몇몇 헤지펀드들은 대량 공매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지속적으로 몰려들면서 주가가 끝도없이 오르자 공매도를 했던 펀드들은 주식을 사서 갚아야하는 '숏 스퀴즈'에 걸렸고, 콜옵션을 팔았던 기관도 '감마 스퀴즈'에 걸려 주식을 매수하게 됐습니다. 주가가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른 이유입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공매도 세력의 손실액이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올 들어서만 자본의 30%에 달하는 손실을 내면서 파산위기에 몰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또 다른 헤지펀드인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2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본을 수혈받아야 했습니다.

이날 게임스톱은 장중 전날 대비 마이너스까지 급락하기도 하다가 결국 18.12% 오른 76.79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들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은 멈출 줄을 모릅니다. 이들은 블랙베리, 익스프레스 등으로 옮겨 붙였습니다. 이날 28.42% 오른 블랙베리는 주가가 왜 급등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지난 22일 장중 주가가 100% 넘게 올랐던 블랙베리는 이날 장중에도 47%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레딧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종목들입니다.

시장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콜옵션 거래와 주식신용대출이 급증하고 비트코인에 이어 게임스톱 같은 주식까지 날뛰자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월가 금융사들이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① 버블이 있다고 보는가 ② 언제 터지나 ③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겁니다. 최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대다수 금융사가 최근 관련 자료를 냈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비슷합니다. 시장 일부에 버블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아직 전체적으로는 괜찮다는 겁니다.

핵심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금리가 너무 낮아서 현재의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입니다. 또 백신으로 인해 경제가 살아나면서 기업 이익이 올해 40%까지 늘어날 것인 만큼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될 것이라는 보는 게 두 번째입니다.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증시와 관련된 모든 지표는 극한에 달해있지만 금리에 비교한 상대적 밸류에이션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다만 이들은 "밸류에이션이 극한으로 높아진 업종, 종목, 자산 등은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줌(31배) 쇼피파이(28배) 스노우플레이크(71배) 크라우드스트라이크(40배) 팰런티어(25배) 등 주가매출비율(PSR)이 20배가 넘는 초고평가 주식을 피하고, 정말 버블이 우려된다면 이들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