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 (부장판사 이원형)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전 원장 A씨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8년 9월 3일 행안부는 A씨가 뇌물을 받은 비위 혐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울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9월 4일 A씨는 원장 직위에서 해제됐다.
A씨는 직위해제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본인은 국가공무원법상 직위 해제 요건인 '감사원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경찰이 행안부에 보낸 통지서에 따르면 수사 개시 시점은 2018년 9월 6일로 직위 해제 조치 시점(9월 4일)보다 이틀 늦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가 수사를 의뢰한 것만으로는 수사가 개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행안부의 수사 의뢰는 소속 기관의 공무원이자 연구원 원장인 원고(A씨)가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행위를 고발한다는 내용"이라며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상 고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식적으로 이틀 있다가 수사 개시가 통보됐지만 행안부가 수사를 의뢰한 시점에 이미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어 A씨는 직위해제 대상이라는 취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