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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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재의 승진율이 높아지고, 주요 부서 이동도 늘었다’

신한은행의 첫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기인사에 대한 은행 내부의 총평이다. 신한은행은 26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 ‘AI 최적해 알고리즘’을 활용해 총 2414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AI가 인사를 한 결과는 ‘여풍(女風)’이었다는 설명이다. 과장급 승진자 중 여성의 비중이 42%로 과거 3년 평균 대비 10%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문제는 은행의 골칫거리였다. 은행 인사부는 매년 두 차례 수천명의 각기 다른 바둑알을 조합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은행업은 금융 당국, 국회 등 권력기관의 눈치를 봐야하는 업종이다.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내부 직원들 끼리 눈치를 보고 부탁을 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신한은행은 인사를 AI에 맡기기로 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근무 연수, 직무 경험, 자격증, 출퇴근 거리 등의 인사정보를 빅데이터화했고, 장시간의 테스트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인사 방침에 따라 AI에 각종 제약도 부여했다. 현장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고객 중심주의'와 ‘같이 성장’ 등 은행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원을 우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알고리즘 이름에 ‘최적해’라는 수학용어를 쓴 것도 조직적 성과와 목표 달성에 가장 유리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여성 승진률을 더 높이는 게 공정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상대적으로 그동안 여성인재가 중용되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여성 인재를 중용하는 인사를 계속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진옥동 행장은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여성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미래 조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신한은행이 지난 22일 실시한 종합업적평가 특별승진에서도 승진자 9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신한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디지털 전환(DT) 강화를 위해 부행장급이 이끄는 20개 사업그룹 각각에 디지털 조직인 DI랩을 만들고, 디지털, IB(투자금융), 소비자보호 등 직무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에는 사전 교육을 받은 예비 인재 풀을 배치하도록 했다. 진 행장은 "일류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사정책을 더욱 투명하게 갈고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