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의 정착을 기념하는 호주 국경일 '호주의 날'을 맞아 시드니에서 대규모 '침략의 날' 시위가 벌어졌다.

시드니서 '호주의 날' 맞아 대규모 '침략의 날'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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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드니 도심 도메인 공원에서 열린 '침략의 날' 시위에 2천여 명이 참석해 '호주의 날'을 다른 날짜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1788년 영국 1함대가 처음으로 시드니 록스 지역에 도착한 1월 26일은 토착 원주민들에게는 '침략의 날'이자 '생존의 날'이기 때문에 국경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 원주민 활동가 쉐나야 도나본(17)은 "원주민들과 연대하는 멋진 사람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면서 "하나로 통일된 호주를 경축하고 싶지만, 오늘만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 백인 참석자는 "이날을 축하한다는 것은 원주민들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주관한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왈번자 유인의 지니 제인 스미스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생존의 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호주는 시초부터 뿌리내린 구조적인 인종주의 때문에 아직도 원주민들이 수감 상태에서 죽임을 당한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원주민 인권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 인원은 일찍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실외 집합 인원 제한인 500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돼 주최 측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 사이에서 허가를 둘러싸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참석자들을 500명 상한의 여러 단위로 나누고, 집회 시간도 반으로 축소하고, 시내 행진을 취소하는 등 양자 간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이날 집회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NSW주 경찰은 "주최 측이 합의 내용이 잘 이행함으로써 시위가 순조롭게 끝난 데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와 관련 총 4명이 NSW주 경찰에 의해 체포됐는데, 코로나19 규정 위반이 2건, 공무집행 방해와 경찰관 공격이 각각 1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서 '호주의 날' 맞아 대규모 '침략의 날' 시위
시드니뿐 아니라 멜버른·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도 원주민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호주의 날'은 '침략의 날'이라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