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인 SKC가 6500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동박 생산공장을 짓는다. 얇은 구리막인 동박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SKC는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 거점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해외 동박 공장을 말레이시아 사바주(州) 코타키나발루시(市)에 짓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연 4만4000t 규모의 생산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3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올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전북 정읍에 4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 SK넥실리스는 올해 기준 연 3만4000t의 동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증설 중인 정읍 5·6공장이 각각 올 하반기와 2022년 초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5만2000t까지 늘어난다.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면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능력은 지금의 세 배 수준인 10만t에 육박한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로도 유명한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섬 북부에 있다. 동박 생산에 필수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용이하고, 전기 공급 가격도 국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것이 SK넥실리스의 설명이다. 수출에 필요한 항구와 대규모 국제공항 등 기반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이곳에서 사용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을 업계 최초로 시행할 예정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RE100 소재 비중 확대를 원하는 글로벌 메이저 고객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SK넥실리스가 이곳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일진그룹과의 갈등도 일단락됐다. 일진그룹의 동박 생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월부터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당초 SK넥실리스가 사라왁주에 공장 증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진그룹은 인력 유출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SK넥실리스 공장이 자리잡는 코타키나발루는 사라왁주와 1000㎞가량 떨어져 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유럽, 미국 지역으로 후속 투자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박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지금의 다섯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