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핀글로벌의 멘토' 부친 이해민 회장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일터의 현자’를 끌어오는 것이다. 미국 호텔업계 대부로 불리는 칩 콘리가 공유숙박 업체 에어비엔비에서 멘토로 일하며 회사를 세계 최대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으로 키운 경험을 소개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베스핀글로벌에도 일터의 현자가 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의 아버지인 이해민 회장(사진)이다.

삼성전자 가전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 회장은 ‘가전업계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1973년 입사한 이후 삼성전자 가전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냉장고 컴프레서(압축기)의 국산화를 추진해 금성사(현 LG전자) 등보다 먼저 생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인 이 회장을 호스트웨이를 경영하던 때부터 회장으로 모셨다. 스타트업의 ‘초보 경영’을 보완할 관록을 얻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가 빠르게 클수록 경험을 갖춘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하다”며 “베스핀글로벌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이 회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서울 서초동 베스핀글로벌 사무실에 매일 출근한다. 그의 주요 역할은 ‘교육 전담 임원’이다. 회사의 모든 신입사원은 이 회장의 교육을 거친다. 이 회장은 “젊은 직원들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며 “문화 교육을 통해 모든 사원이 회사 조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1990년대 중반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SAP의 제품을 들여오는 과정을 지휘하기도 했다. SAP가 1995년 한국 지사를 세운 것도 “한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국내로 들어오라”는 이 회장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지금은 ERP를 도입하지 않고는 어떤 기업도 효율적인 일처리가 불가능해졌다”며 “이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 위치(ERP)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을 할 때도 이 회장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의 성장 스토리는 스타트업 창업가가 상상하기 어려운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이었다”며 “이를 모두 경험해본 이 회장에게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했고, 결과가 어땠는지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