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다국적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의 제스 스탤리 최고경영자(CEO)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수요가 폭발하면서 1920년대의 초호황기가 재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스탤리 CEO는 화상으로 열린 다보스 어젠다 포럼에 참석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글로벌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황이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와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1920년대의 호황기(Roaring 20s)가 재연될 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2월부터 1920년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만 5억 명에 달했고, 수천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10년 간 미국과 유럽은 경제·문화적으로 최대 부흥기를 가질 수 있었다. 스탤리는 “전염병이 결국 잡힌 뒤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JP모건이나 바클레이스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엄청난 양의 구매력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대출을 줄이고 예금을 늘려왔으며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제스 스탤리 바클레이스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
제스 스탤리 바클레이스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
현재의 글로벌 경기와 1920년대 전후 상황은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팬데믹 발현 및 종결, 신기술의 확산, 교통 혁명, 정치적 양극화, 강대국 간 대치, 주식 시장 급등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스티븐 킹 HSBC 선임 경제 자문역은 “1920년대 부를 크게 이룬 사람들이 있었지만 실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평범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중 경제적으로 뒤처진 사람도 상당히 많았으며,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했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주가에 대응하는 데 있어 경험이 부족했다.

미국 증시의 주가는 1920년부터 1929년 ‘대붕괴’ 전까지 치솟았는데, 이 기간 중 미국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7.7% 늘었을 뿐이다. 미국보다 경제 성적이 나빴던 국가는 소수에 불과했다.

킹 자문역은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및 증시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환호를 보낼 만하다”면서도 “결국 눈물로 끝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