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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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치주와 성장주 간에 논쟁이 거셉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만 해도 가치투자는 대세 방법론으로 인식됐습니다. 기간을 늘려 봤을 때 그때까지 가장 탁월한 성과를 올린 펀드는 모두 가치투자 계열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이후로도 가장 큰 단일 펀드는 가치주 펀드(고배당주 펀드)였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성과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고 시대를 송두리째 바꿀듯한 성장주의 기세가 더해가며 가치투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성장주를 옹호하는 많은 이들은 가치투자의 상징과도 같은 버핏조차 철학을 꺾고 IT 선도업체를 매수한 사건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의 오류에 기인한 생각입니다.

먼저 가치주는 성장주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성장주의 반대말은 저성장주입니다. 동시에 가치주의 반대말은 고평가주입니다. 가치투자자는 저평가 되어 있는 성장주를 찾습니다. 즉 시장에 가격으로 아직 반영되지 않은 성장 주식을 고른다는 뜻입니다(물론 성장의 기대치에 차이가 있긴 합니다). 또한 고평가 된 성장주를 경계합니다. 성장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다음으로 바로 잡을 부분은 가치투자가 방법보다는 태도에 관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가치투자 펀드매니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조차도 포트폴리오를 보면 편입 종목이 제각기 다릅니다. 심지어 필자가 재직하는 회사에서조차도 펀드매니저 별로 포트폴리오 간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방법이 조금씩 다를 뿐 모두 가치투자자로서 갖춰야 할 공통된 태도를 공유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가치투자자는 주식을 기업의 소유권으로 바라보며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업가치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예측합니다. 또한 이렇게 계산된 기업가치 대비 가격의 적정성을 따집니다. 미래는 불확실하며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므로 적절한 분산을 통해 실수에 대비합니다. 사실에 바탕을 둔 믿음과 자신감은 괜찮지만 과신과 교만은 주식시장이란 무서운 곳에서 장기 생존률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경계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A와 B가 똑같이 삼성전자를 샀더라도 태도에 따라 가치투자적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게 됩니다. 예컨대 사업 내용에 대한 공부 없이 우리나라 대표 종목이고 반도체 시황이 좋을테니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고 조금 오르면 파려는 단기적인 시각을 가졌다면 가치투자에 해당한다 말할 수 없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지적은 종목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투자자들의 태도를 향해 있습니다.

올해는 신축년 소띠 해입니다. 소는 성실, 우직, 끈기를 상징합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도 이런 이미지에서 비롯된 말이겠습니다. 주식투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소와 닮았으며 목표가 우보천리라면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로 불러도 될 법합니다.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내딛어 천리 먼 길을 가는 ‘동학소’들의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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