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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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의 여파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됐다. 공매도 포지션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한 다른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시장의 불안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5%, S&P500지수는 2.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1% 하락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3일 연속 순매도

코스피지수는 28일 1.71% 내린 3069.05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조정이 지속됐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했다. 이들은 3일간 1조9848억원(26일)→6290억원(27일)→1조5774억원(28일)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시장이 유동성 회수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신호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먼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중국의 유동성 회수 가능성이다. 중국은 지난 26일 이날로 만기가 돌아온 800억위안 규모의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가운데 20억위안어치만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 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고려해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이르면 올해 말 자산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7일(현지시간)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며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규모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더 강력한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조정 폭을 확대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흔들린 배경이다.

단기 조정 국면 이미 진입

단기 과열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게임스톱 사태는 촉매제가 됐다. 얼마나 많은 투기성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속도로에서 풀 엑셀링을 하면서 속력을 내는 와중에 도로 표면 위에 있는 조그마한 돌만 밟고 지나가도 차가 흔들리는 것과 같다”며 “단기 과열 우려가 높아지다 보니 호재보다는 조그마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스톱發 조정…"장기 상승 추세 안 꺾였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 증시를 구성하는 산업군이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수가 지나치게 빠르게 급등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유동성 회수’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기 추세 꺾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장기 상승 추세가 꺾일 만한 신호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확실한 조정의 재료가 없다면 랠리는 붕괴하지 않는다”며 “다만 급등만 하는 랠리도 없다”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상승장에서도 8~10월에는 주가가 횡보하다가 미국 대선을 계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코로나19 백신이 승인을 받으면서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며 “지금의 조정 국면도 강세장의 전형적인 ‘계단식 상승’의 한 국면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단기 조정 단계라면 투자자는 ‘위험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지영 연구원은 “본격적인 주식 매각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KB증권은 소외당한 업종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추천했다. 소프트웨어, 화장품, 비철, 기계, 음식료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고재연/박의명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