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당시 캐나다 여당(보수당)의 브라이언 멀로니 총리는 국민 반발을 무릅쓰고 연방 부가가치세 도입을 강행했다. 고질적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2년 뒤 보수당은 장 크레티앵이 이끄는 자유당에 참패했다. 169석에 달했던 의석이 단 2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우리나라에선 박정희 정부가 1977년 ‘세제 선진화’를 내걸고 부가세를 도입했다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부가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2014년 3%포인트 올린 데 이어 2019년 8%에서 10%로 인상했다가 지지율이 급락했다.

부가세는 ‘서민 호주머니’와 직결돼 인상을 거론하는 게 정치권에선 금기로 통한다. ‘나라 곳간’을 든든히 한다는 명분에도 강행했다가 민심을 잃고, 정권까지 빼앗긴 사례가 세계적으로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담뱃값도 비슷하다. ‘국민건강 증진’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흡연자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콘크리트 지지’가 굳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30%대 초반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요인 중 하나가 그해 1월 담뱃값 인상(2500원→4500원)이었다.

이처럼 정치적 부담이 큰 부가세와 담뱃값 인상 ‘카드’를 문재인 정부가 동시에 내놔 주목된다. 여당 일각에서 코로나 손실보상 재원 마련을 위해 ‘부가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2030년까지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리고, 술에는 새로 부과하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위기 타개라는 미명 아래 재정을 물 쓰듯 하고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늘려온 터라, 그런 위험을 마냥 피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하지만 당장 “서민의 유일한 위안거리인 술·담뱃값까지 올리느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이유야 어떻든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약 80%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보편복지를 위해선 부가세 등 보편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담뱃값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달러(약 7700원)에 비해 훨씬 싸다.

궁금한 건 정부가 정말 인상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정세균 총리가 담뱃값과 술값 중·장기 인상 추진 방침이 나온지 하루 만에 “현재 정부는 고려한 바 없다”고 손사래를 친 것만 봐도 그렇다. 부가세에도 ‘한시’란 전제를 단 마당이다. ‘관심이 온통 선거 승리에 가 있는데, 그럴 리 없다’는 게 과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