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아직 승기를 잡지 못했다”며 “경제 활동 및 고용 회복 속도가 오히려 더뎌졌다”고 우려했다. 연초 일각에서 제기됐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출구 전략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화상으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경제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라며 “완전한 회복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2월 실업률이 6.7%였지만 실제로는 10%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실업자들이 최대한 빨리 일자리를 되찾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백신 접종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에 부담이 될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이고 폭이 크지 않은 물가 상승엔 인내심을 보일 것이라며 한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물가 상승 가능성보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저금리 기조 때문에 증시에 거품이 발생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자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백신과 부양책 기대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저금리와 자산 가격 간 상관관계는 생각만큼 밀접하지 않다”며 “(Fed는) 작은 변화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인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단계에서 테이퍼링을 언급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이 Fed의 정책 목표에 다가가기 전까지 테이퍼링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Fed 목표는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의 낮은 실업률과 2.0%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다.

이날 FOMC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연 0.0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6월부터 집행해온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도 유지하기로 했다. Fed는 별도 성명에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들이 집중적으로 약해졌다”며 “경제 앞날이 바이러스 진행 및 백신 배포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Fed는 올해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경제가 반등하겠지만 실업률이 높고 중소기업도 취약하기 때문에 재정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