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 계열 핀테크업체인 앤트그룹이 금융당국의 감독을 강하게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성이 약화되면서 기업가치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앤트그룹 상장이 전격 중단된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 당국이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로 개편하는 내용의 사업안을 당국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사는 은행처럼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 10억 명 이상이 쓰는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소액대출과 온라인보험 등에서 중국 최대 사업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앤트그룹 상장 이틀 전인 지난해 11월 3일 상장을 중단시켰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업을 하려면 금융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앤트그룹은 상장 이후 금융회사를 관할하는 금융지주사를 별도로 설립하고 모회사는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핀테크 관련 기술기업으로 남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기업 전체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도록 요구했고, 앤트그룹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WSJ는 앤트그룹이 제출한 사업개편안이 확정되면 금융지주사로 막대한 자본금을 납입하는 등 각종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익과 성장이 제한돼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앤트그룹 상장 중단 이후 금융당국이 상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27일 기준 716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대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이 28일 보도했다. 올 들어 14개 기업이 IPO 신청을 취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개)보다 11개 늘어난 수치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