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산 샌드박스네트워크 CX·CT 팀장.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출처
노성산 샌드박스네트워크 CX·CT 팀장.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출처
한국인이 카카오톡 다음으로 많이 쓰는 앱은 무엇일까. 바로 유튜브다.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유튜브 사용자는 총 4300만여명 수준이다. 한국인 80% 이상이 유튜브를 보는 셈이다.

이 유튜브에서 무려 월 26억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샌드박스네트워크다. 국내 유튜브 트래픽의 약 10~15%가 이 회사에 소속된 410개 크리에이터 팀에서 나온다. 장삐쭈, 떵개떵, 라온 등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의 굵직한 유튜버가 소속돼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사내에서 '유대리'를 발표했다. 언뜻 들으면 '유씨 성의 새 유튜버가 등장했나' 싶지만 사실은 유튜브 데이터 리포트(Youtube Data Report)의 약자다. 유튜브 데이터를 대리처럼 빠릿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은 샌드박스의 데이터 솔루션이다.

유대리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노성산 CX·CT 팀장은 "유대리를 통해 샌드박스 크리에이터와 국내 유튜브 시장 동향을 빠르게 분석해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전략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기 시들해진 유튜브,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노 팀장은 현재 크리에이터 경험(Creator Experience·CX)팀과 콘텐츠 기술(Content Tech·CT)팀 장을 겸하고 있다. CX팀에서는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니즈와 유형을 파악했다. 지난해 이를 통해 사내 '크리에이터 보이스 리포트'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최근 CT팀에서는 '2020 샌드박스 유튜브 데이터 리포트'를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그에게 있어 CX와 CT는 '문제해결의 양날개'와 같다. 노 팀장은 "샌드박스의 향후 과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서 소속감을 높이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며 "이를 인문학적으로 해결하는 게 CX라면 공학적으로 해결하는 게 CT"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유튜브 인기가 하락세인 크리에이터들의 공통점은 수년간 콘텐츠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CX·CT팀은 이 크리에이터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는데서 시작됐다.

노 팀장은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창작물이 많지만 그에 비해 체계적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이라며 "창작자가 오랫동안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지원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빅데이터를 근거로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 유대리다. 노 팀장은 유대리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요인과 솔루션 분석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를 가지고 크리에이터들이 보완하거나 집중해야 될 부분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노 팀장은 데이터에 기반해 보면 다양한 문제점들이 도출되는데 일부 유튜버 중에는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면서도 "당장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계해야할 것은 크리에이터를 데이터로 압박할 경우, 예술성을 저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라며 "그들의 예술성을 살리면서도 데이터 기반으로 전략을 취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 천재가 답 들고 있지 않다

노 팀장은 데이터 솔루션이 사내 도입되면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전사적인 시너지를 내는 일이라고 했다. 단순히 솔루션 개발·분석 팀이나 경영진 뿐 아니라 마케팅·광고 등 현업 부서가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리는 전직원에게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노 팀장은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소수의 천재만이 비즈니스의 답을 가지고 있지 있다고 믿는 않는다"며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했을 때, 경영진 뿐 아니라 실제 그 일을 하는 실무진이 보고 결정하도록 하는 스몰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도록 해야한다"며 "그 시행착오를 통해 찾은 답을 정책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대리의 기획 과정 조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직원들에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등 하나하나 조사했고, 데이터 대시보드의 항목 순서도 현업들의 피드백에 따라서 배치해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노 팀장은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에게 답이 있다"며 "사내 많은 데이터 기반 솔루션들이 잘 활용되지 못하거나, 실험으로 끝나는 이유는 사용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제대로 물어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노 팀장은 데이터 활용이 사내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니즈 만큼 '개인'의 비전을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비전으로만 그치면 일을 해야하는 명분은 있겠지만 개인이 열정을 발휘할 동력은 떨어진다"며 "회사의 명분이 개인 업무 퍼포먼스와 커리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연결돼야 데이터 활용력도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외부 데이터까지 봐야 시장 '전체 그림' 완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대리는 내부 데이터 못지 않게 외부 데이터가 풍부한 특징이 있다. 통상 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때 내부 데이터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노 팀장은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함께 봐야 비로소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부 데이터만 봐서는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말이다.

노 팀장은 "시장 흐름을 이해해야 선두를 점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안과 밖을 동시에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 동향 뿐 아니라 유튜브 시장 자체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외부 데이터가 필수"라며 "샌드박스는 유튜브 말고도 다양한 소스에서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모으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매달 어떤 크리에이터가 뜨고 있는지, 경쟁사 크리에이터는 어떠한지 등 동향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노 팀장은 "향후 유대리를 통해 크리에이터에게 1대 1 채널 컨설팅을 실시하거나, 뉴스레터 형태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작업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