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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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로 인해 거래 가능한 아파트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상품을 규제하고 싶을 겁니다. 주택 수요가 풍부한 시장상황에서 새 아파트는 공급이 한정된 상품이니 규제하는 것입니다. 수요가 없고 공급도 언제든지 늘릴 수 있는 상품은 규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세난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때 호텔 개조나 연립주택을 이야기하고, 민간분양 아파트가 부족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도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보러 다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문제는 당분간 아파트를 더이상 공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심리란 묘해서 언제든지 살 수 있는 물건이 널려있는 경우 오히려 사고자 하는 욕구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들거나 능력이 없어 살 수 없는 경우에는 왠지 그 물건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인 결핍을 자극하면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응합니다.

현재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는 분양권이나 입주권이 바로 이런 상품들입니다.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신규 아파트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부는 이렇게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는 상품들을 규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는 듯도 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결혼에 이르는 가구는 4만8000 세대, 이혼하는 가구 또한 1만7000 세대에 이릅니다. 이를 주택시장에서는 신규 수요라고 하는데 서울에만 매년 6만5000채의 주택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주변의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신규 아파트에는 관심이 많지만 입주한 지 오래된 기존의 아파트는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들의 경우는 훨씬 더 새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강한 듯합니다.

대부분의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상품 또한 아파트입니다. 통계청의 행정구역별 주택 유형에 의하면 2019년 서울의 경우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42.2%에 불과합니다. 서울에 집을 소유한 유주택자의 60% 가까이도 아파트의 신규수요라는 말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에 거주하기를 원합니다. 베이비붐세대의 초기 연령층인 60대 이상에서는 은퇴 후 귀촌, 귀향 등의 이유로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다소 줄어들지만 밀레니얼들은 압도적으로 아파트에 살기를 원합니다.

결론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새 아파트입니다. 베이비붐 세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이분들이 은퇴하고 부동산을 파실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매입 중입니다. 증여와 투자 수요가 베이비붐 세대들을 부동산시장에 잡아두고 있습니다. 자식에 대한 증여도 새 아파트일 것이고 투자 수요 또한 소형의 새 아파트일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새 아파트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서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새 아파트(분양권)는 거의 없습니다.

이는 비단 매매거래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임대차 거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임대차2법이 적용되면서 임대차 거래 가능한 아파트, 특히 전세 가능한 아파트는 시중에서 사라졌습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2019년12월~2020년12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무려 12.25% 상승했습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순차적으로 매매가격을 자극하게 됩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투자금액은 줄어들고 수익률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전세가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최근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은 전세가격 상승에 기인합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새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없음을 인지한 정부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5년 후에나 입주 가능한 공공주택을 들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공공주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공공주택은 전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왜냐하면 민간분양주택을 지을 택지가 공공주택으로 인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의 새 아파트 가격이 서울 관문지역의 아파트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그 방증입니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수요는 사라질까요?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주거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잠재되어 있는 새 아파트 수요가 어느 한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2021년 서울 도심 아파트 가격의 재상승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SWC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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