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9일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29일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를 넘기는 저력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5조126억원, 매출액 31조90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4.3%와 18.2% 증가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6%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연간 영업이익 5조원대로 복귀했다.

지난해 팬데믹과 미중 무역갈등의 격화로 메모리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SK하이닉스는 D램 10나노급 3세대(1Z나노)와 낸드플래시 128단 등 주력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한 것이 호실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당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9662억원과 9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0%와 298.3%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12%를 기록했다.

제품별로 보면 D램 메모리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11%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7%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8% 증가, 평균판매가격은 8% 내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와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모바일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해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메모리 시장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 관련 제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코로나19로 주춤했던 5세대 통신(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해 모바일 수요 역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업계의 공급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총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모바일 기기의 고용량 제품 채용 증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강세와 함께 현재 높은 재고 수준이 올 상반기 중 해소되면서 하반기부터 시황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수요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전략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세부적으로 D램은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시스템 시장의 성장에 따라 HBM2E 등 고부가 제품 출하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128단 서버 SSD 고객 인증을 추진하는 등 제품 다각화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 제품 대비 생산성이 개선된 D램 10나노급 4세대(1A나노)와 낸드플래시 176단 4D 제품을 연내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의 균형도 맞춘다. 우선 인텔 낸드사업 부문 인수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M16 신규 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등 미래성장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전략을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SK하이닉스는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에 가입하고 친환경사업 투자 용도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ESG 경영 강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보통주 1주당 1170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주당 배당금은 1000원을 최소 금액으로 고정하고 여기에 연간 창출되는 잉여현금흐름의 5%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기존 배당 정책을 따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