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증시 상승세가 계속되자 주식 관련 채권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채권에 붙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시세보다 싼 가격에 손에 쥔 주식을 처분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7일까지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채권에 붙은 권리가 행사된 건수는 총 347건으로 지난해 1월(153건)보다 126% 증가했다. 권리 행사금액(3488억원)은 같은 기간 243% 늘었다.

가장 비중이 큰 주식 관련 채권은 CB(236건)로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 BW(88건)와 EB(23건)도 이 기간 각각 266%, 360%씩 증가했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해진 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 EB는 발행회사가 정한 회사의 구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BW는 특정 시점부터 발행회사의 신주를 받을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수익 실현에 나섰다는 평가다. 지난 7일 3031.68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선을 넘어선 코스피지수는 그 이후로도 오르막을 타며 3100~32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26일 장중 한 때 1000선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투자자가 주식 관련 채권에 붙은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대표적인 기업인 HMM(CB 13건)와 뉴로스(BW 14건)는 최근 3개월 동안에만 주가가 50%, 200% 이상 올랐다.

연이은 투자금 회수에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도 웃음 짓고 있다. 권리 행사로 채권이 주식으로 바뀌면 차입금이 줄고 자본은 늘어나서다. 지난해 6월 2400억원어치 CB를 발행한 현대로템의 경우 두 달여 만에 모든 투자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데 힘입어 대규모 부채를 단숨에 자본을 바꿨다.

투자자들한테도 6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주며 ‘윈윈’ 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의 CFO라면 눈길이 갈만한 현상이라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올해도 주가 상승세를 등에 업고 주식 관련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CB와 BW의 경우엔 투자자의 권리 행사가 신주 발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식 가치 희석으로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통주식 수 확대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는 것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한 기업의 CFO라면 아무리 주가가 크게 뛰고 있더라도 쉽게 CB나 BW 발행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