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힌 1500만원짜리 리얼돌…성기구인가 성상품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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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리얼돌 논란
"사적 영역" vs "인간존엄성 훼손"
"사적 영역" vs "인간존엄성 훼손"
성인용품 ‘리얼돌’을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만 주목받는 용품이란 것은 옛말이다. 최근 법원이 ‘리얼돌 통관 보류는 불법’이란 판결을 낸 이후 찬반 양론이 심화됐다. 개인의 자유인데다 성인용품 산업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얼돌 관련 논란이 커진 것은 법원이 리얼돌을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라는 관점에서 수입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지난 25일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2019년 6월 “리얼돌 수입을 막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관세청은 통관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관세청 측은 “행정법원의 판결에 곧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세법 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을 수입 또는 수출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A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9번째 승소를 했는데도 관세청은 여전히 완강하다”며 “중국 업체에 선주문을 했다가 통관이 안 돼 고객에게 환불을 하느라 2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건의 계약이 없어진 것을 포함하면 피해금액은 10억원을 넘는다”고 토로했다. 리얼돌 수입업체 B사는 “이달 주문량은 전년 동기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지만 세관 지침이 바뀌지 않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선 리얼돌을 주제로 한 카페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리얼돌 체험방’을 홍보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통관을 불허하는 관세청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시민단체 및 여성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리얼돌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리얼돌은 가슴 모양, 처녀막 유무까지 주문하도록 돼 있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뿐 아니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걱정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적 대상화되면 범죄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높다”며 “아동·청소년을 형상화한 리얼돌이 유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했다. 이달 초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신체를 형상화한 성기구를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 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형상 성기구를 제작‧수입 또는 수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영리목적으로 판매‧대여‧배포‧제공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 의원 측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착취를 엄격히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리얼돌은 일종의 성인용품으로 산업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여가부나 경찰청 등이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아동·청소년을 형상화한 리얼돌에 대한 규제 역시 추진 과정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9년에는 정인화 전 무소속 의원이 아동형상 리얼돌의 수입·판매·처벌 규정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사적 취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지나칠 수 있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청소년이나 실존 인물에 대한 리얼돌 제작 및 판매 금지는 마땅히 필요하다”며 “현실에 맞는 규제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다은/정지은 기자 max@hankyung.com
1500만원 웃도는 리얼돌, 어떻게 보십니까
리얼돌은 재질이나 외형을 사람처럼 정교하게 만든 고가의 인형이다. 신체 특정 부위를 재현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 당 수백만원은 기본이고 1500만원을 넘는 상품도 있다.리얼돌 관련 논란이 커진 것은 법원이 리얼돌을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라는 관점에서 수입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지난 25일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2019년 6월 “리얼돌 수입을 막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관세청은 통관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관세청 측은 “행정법원의 판결에 곧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세법 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을 수입 또는 수출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성인용품 산업도 인정해야"…"부작용 커"
법조계와 성인용품 업계에선 “관세청이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고 행정 남용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A사는 이번 행정소송 외에도 관세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개인 및 다른 업체 등도 관세청을 상대로 총 20건의 소송에 나섰다.A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9번째 승소를 했는데도 관세청은 여전히 완강하다”며 “중국 업체에 선주문을 했다가 통관이 안 돼 고객에게 환불을 하느라 2억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건의 계약이 없어진 것을 포함하면 피해금액은 10억원을 넘는다”고 토로했다. 리얼돌 수입업체 B사는 “이달 주문량은 전년 동기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지만 세관 지침이 바뀌지 않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선 리얼돌을 주제로 한 카페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리얼돌 체험방’을 홍보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통관을 불허하는 관세청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시민단체 및 여성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리얼돌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리얼돌은 가슴 모양, 처녀막 유무까지 주문하도록 돼 있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 뿐 아니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걱정된다”고 했다.
"최소한 교복 입은 리얼돌은 규제해야"
모든 리얼돌을 규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교복 등 청소년을 연상시키는 의복을 장착시킨 리얼돌에 대하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리얼돌의 형상에 대해선 제도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성적 대상화되면 범죄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높다”며 “아동·청소년을 형상화한 리얼돌이 유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했다. 이달 초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신체를 형상화한 성기구를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 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형상 성기구를 제작‧수입 또는 수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영리목적으로 판매‧대여‧배포‧제공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 의원 측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착취를 엄격히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리얼돌은 일종의 성인용품으로 산업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여가부나 경찰청 등이 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아동·청소년을 형상화한 리얼돌에 대한 규제 역시 추진 과정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9년에는 정인화 전 무소속 의원이 아동형상 리얼돌의 수입·판매·처벌 규정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사적 취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지나칠 수 있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청소년이나 실존 인물에 대한 리얼돌 제작 및 판매 금지는 마땅히 필요하다”며 “현실에 맞는 규제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다은/정지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