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논란에 투자자 불안 커지는데…금융당국은 뒷짐만[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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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포비아' 우려
지점에 문의 전화 잇따라
공매도에 안전한 '대형주' 선호
IMF "韓 상황 고려해 공매도 가능"
지점에 문의 전화 잇따라
공매도에 안전한 '대형주' 선호
IMF "韓 상황 고려해 공매도 가능"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급락하는 것 아니냐는 고객 문의전화를 이번주에만 얼마나 받았는지 모릅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니,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주식에만 20억원 넘게 투자하는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물론이고 자산운용사도 비슷한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고객에게 2008년과 2011년 사례를 들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공매도 포비아(phobia·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주 들어서만 코스피지수가 150포인트 가량 빠지며 조정 움직임을 보이자 수 십억원을 투자하는 일명 '슈퍼개미'들이 증시에서 단기적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23조9453억원을 순매수했다. 18거래일 만에 지난해 연간 매수액(63조8148억원)의 37%를 사들인 것이다. 개인은 전체 매수액의 86%에 해당하는 20조6413억원을 코스피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대형주의 비중은 70%(16조7680억원)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이슈가 대형주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대형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주는 기업의 이익 증가폭이 크지 않지만 이익의 안정성이 높아 주가의 움직임도 중소형주와 비교해 크지 않다"며 "증시가 횡보 흐름을 보이고 다양한 이슈가 나오면서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공매도 이슈는 증시 상승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낮아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형주 상승으로 지수는 오르지만 중소형주는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PB는 "슈퍼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당장 자금을 걷어갈 가능성은 낮지만, 중소형주 투자 비중은 꾸준히 줄이는 모습"이라며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종목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주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공모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대형주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공모주 투자를 위해 자금을 거둬가는 수요다.
신완철 신한은행 여의도PWM센터 PB팀장은 "올해 공모주 시장은 카카오, SK그룹 계열사가 주도하면서 역대급 흥행이 예상된다"며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공모주로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공매도 관련 입장을 빠르게 정리해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공매도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개인과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투박한 방법'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의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공매도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정치권과 동학개미 반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개인 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 이슈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과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