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AP
팀 쿡 애플 CEO/ AP
미국의 ‘공룡’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사이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정보 및 취향을 맞춤형으로 반영하는 표적 광고를 둘러싼 두 회사의 분쟁이 CEO들의 말싸움으로 번진 모양새다.

팀 쿡 애플 CEO는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 참석해 “만약 어떤 기업이 이용자들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데이터를 남용하며 선택권을 제한한다면 개혁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기업의 서비스가 양극화, 신뢰 저해,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지난 6일 미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에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쿡 CEO는 문제의 회사가 어디인지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맥락상 페이스북 저격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쿡 CEO의 이번 발언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가 애플을 공개적으로 비판한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저커버그 CEO는 27일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이 플랫폼의 지배력을 남용하며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최대 경쟁자가 애플이라고도 말했다.

두 회사가 공개적으로 대립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른바 맞춤형 광고로 불리는 표적 광고다. 표적 광고는 개인의 성별 및 연령대, 관심사 등에 맞춰 제공되는 광고를 뜻한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비롯한 기업들은 아이폰 이용자의 승인 없이도 이용자의 검색 및 앱 사용 이력에 접근, 표적 광고에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향후 이용자의 승인이 있어야만 앱이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해 사생활 보호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표적 광고 의존도가 높은 페이스북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의 업데이트가 완료되면 이용자 대부분이 정보 제공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업 탭리서치에 따르면 이용자 85%가 아이폰 업데이트 후 정보 제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되면 표적 광고의 효과가 축소돼 광고 단가가 하락하고 광고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페이스북의 매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페이스북의 매출 대부분은 광고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앞서 애플의 운영체제 변경 계획에 반발하는 광고를 미 주요 일간지들에 게재했고 회사 임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반독점 소송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