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시장 콘텐츠 마케팅에 100억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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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웹예능 '네고왕'에 연간 광고선전비 절반 투자
자체 앱 가입자 단숨에 250만명으로 불어나
언택트 트렌드에 BBQ스마트키친(BSK) 승부수
자체 앱 가입자 단숨에 250만명으로 불어나
언택트 트렌드에 BBQ스마트키친(BSK) 승부수
치킨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배달앱을 열면 수없이 많은 치킨 가게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치킨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그만큼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치킨 시장에선 교촌치킨, bhc, 제너시스BBQ 등 ‘빅3’(매출액 기준)가 강자다. BBQ는 한 때 치킨업계 1위였다. 하지만 2018년 2위 bhc에 비해 매출이 72억원 적은 3위로 밀린 데 이어 2019년엔 2위 bhc와의 매출 격차가 750억원으로 벌어졌다.
BBQ로선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다. BBQ는 지난해 콘텐츠 마케팅에 큰 베팅을 했다. 연간 광고선전비·판촉비의 절반 수준인 100억원을 단일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상황 1 “일회성 바이럴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
지난해 상반기 BBQ에 콘텐츠 마케팅 제안이 들어왔다. ‘와썹맨’, ‘워크맨’으로 유명한 고동완 PD가 새로 만드는 웹예능 ‘네고왕’에 BBQ가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BBQ 관계자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과 돈(마케팅 비용) 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광고는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브랜드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소비자 반응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재미있는 콘텐츠로 일회성 바이럴고 끝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연간 광고선전비·판촉비의 절반 수준인 100억원을 단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건 마케팅 책임자가 결정할 수 없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결단이 필요했다. 윤 회장은 동물적 감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네고왕 프로모션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30만명이던 BBQ앱 가입자가 단숨에 250만명으로 불어났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앱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는데 1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100억원으로 200만명 이상을 늘렸으니 한 명당 5000원만 쓴 셈이다.
게다가 단순히 앱에 가입만 하는 게 아니라 치킨을 실제로 구매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훨씬 컸다.
BBQ앱이 활성화되자 가맹점 패밀리(BBQ는 가맹점 점주를 패밀리라고 부른다)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BBQ앱을 통한 주문엔 배달앱 수수료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팬덤이 형성된 것도 큰 성과였다. BBQ 관계자는 “‘3년 만에 BBQ 주문했다’ 같은 자연발생적 바이럴 효과가 나타났다”며 “BBQ 브랜드의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근거없는 갑질 논란으로 수년간 BBQ 이미지가 실추됐지만 네고왕 콘텐츠 마케팅으로 단 번에 판 뒤짚기가 일어났다.
윤 회장은 ‘국민 호감 프랜차이즈 CEO’가 됐다. 소비자 관련 학회 시상식에 참석한 윤 회장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많은 대학원생들이 달려드는 일도 생겼다.
상황 2 코로나 시대 언택트 소비 트렌드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맞춰 BBQ는 BBQ스마트키친(BSK)을 승부수로 던졌다. BSK는 매장영업을 하지 않고 배달과 포장 주문만 받는다.
BBQ 관계자는 “‘공유주방’에서 영감을 얻어 ‘쿠킹 스튜디오’ 방식으로 만들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리과정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렇게 깨끗한 조리 환경을 확인한 뒤 믿고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BSK는 8평(26.44㎡) 정도의 매장 전체가 주방이다. 배달과 포장만 하니까 입지 선정이 자유로워 임대료가 싼 곳에 차릴 수 있다.
임대료 포함 5000만원 정도로 창업할 수 있다. 그래서 20~30대 젊은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BBQ는 하나은행과 제휴해 1% 초저금리로 창업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BSK도 대성공이었다. 런칭 6개월 만에 150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BBQ 관계자는 “올해는 단순 계산해도 300개 이상의 BSK가 오픈할 예정”이라며 “BSK 덕분에 2019년말 1604개였던 매장 수가 지난해말 1800개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BBQ는 매장 수 기준 치킨업계 1위다.상황 3 콘텐츠 마케팅이 올해도 화두
네고왕 프로모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BBQ는 지난해 하반기 유튜브 ‘날광고’(편집 기술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광고)를 제작했다. 15초 짜리 4편과 6초 짜리 2편을 반나절만에 만들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유튜브 BBQ채널에만 광고를 올렸는데도 3~4편이 조회 수 톱 10에 올랐다. 1주일 뒤 다른 매체들에도 광고를 풀었다. BBQ 관계자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밀당 전략’을 벌여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전했다.
BBQ의 날광고는 구글이 선정한 ‘2020년 대한민국 인기 광고’에서 4위를 차지했다.
BBQ는 올해도 콘텐츠 마케팅이 화두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치킨 시장에서 브랜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콘텐츠 마케팅으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치킨 마케팅 세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첫째, ‘20대 타깃 브랜딩’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20대를 치킨의 핵심 소비 그룹으로 본 것이다.
둘째, 소비자들이 근거없는 브랜딩은 외면한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브랜드 알리기에 급급해 이것저것 사용하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셋째,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시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전자를 위해선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CEO가 성과가 불확실한 콘텐츠 마케팅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모아 보고하고 실무 책임자로서의 의견을 말하는 정도다.
이에 비해 후자는 마케터가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 BBQ 관계자는 “네고왕과 날광고 성공은 소비자들이 ‘진정성’에 공감한 덕분”이라고 했다.
BBQ는 10여 년 전에도 진정성 마케팅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당시는 트랜스 지방이 사회적 이슈였다. BBQ는 ‘가장 좋은 기름으로 튀긴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올리브 오일을 채택했다. 그 결과 ‘후라이드는 BBQ’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지난해 콘텐츠 마케팅의 성공은 진정성을 유튜브 감성과 적절하게 결합시킨 게 주효했다. 유튜브 시대 소비자들은 조금 투박하고 부족하더라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으면 후한 평가를 준다는 점을 적극 공략한 것이다.
BBQ 마케팅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요기요와 함께 진행한 반값 할인 프로모션에 많은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내부에서 “투자금 대비 실질적 성과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비용을 많이 쓴다고 성공적인 마케팅이 보장되진 않는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모든 마케터는 소비자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구매해 주길 원한다. 하지만 연애에도 단계가 있듯이 구매에도 단계가 있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Buyer-readiness Stages라고 한다. 즉 소비자들은 ‘인지(Awareness)-지식(Knowledge)-호감(Liking)-선호(Preference)-확신(Conviction)-구매(Purchase)’로 이어지는 구매의 순차적 단계를 거친다.
쉽게 말해, 구매하기 전에 그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하고,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구매한다. 결국 구매는 최종 도착지일 뿐, 마케터들이 잘 해야 하는 일은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지, 지식, 긍정적 감정 등을 유도하는 것이다.
BBQ의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은 매우 유머러스하다. 네고왕과 날광고는 타깃 소비자로 하여금 성공적으로 호감(Liking)을 유도하였다.
최근 경쟁사와의 매출 격차가 벌어졌던 BBQ 입장에서 다시 한번 호감의 단계를 확고히 다지는 것이 매우 현명했다. 핵심 타깃인 MZ세대의 유튜브 감성에 효과적으로 어필한 점도 성공요인이다.
다만 이것이 지속적인 재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번의 호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경쟁사보다 BBQ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선호(Preference) 단계로 안착시켜야 한다.
유머러스한 유튜브 콘텐츠만으로는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결국 BBQ만이 전달할 수 있는 차별화된 핵심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최현자 서울대 교수
BBQ가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것을 보고 한 연구가 떠올랐다.
소비자들이 ‘비공식적 경제’(informal economy)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를 규명한 연구다.
비공식적 경제는 세금이나 노동 관련 법규 등을 준수하면서 이뤄지는 공식적 상거래 활동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전통시장의 좌판점에서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게 비공식적 경제에 해당한다. 개인끼리 현금으로 값을 치르고 물건을 거래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것도 비공식적 경제다.
하지만 불법적이거나 돈이 오가지 않는 것은 비공식적 경제가 아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불법이고 후자는 기부나 봉사라고 봐야 한다.
글로벌 GDP의 31.2%가 비공식적 경제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비공식적 경제의 규모는 상당하다.
이 연구는 유럽연합(EU) 27개국, 26,659명의 소비자를 대면 인터뷰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공식적 경제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값이 저렴해서’(44%)였다.
하지만 가격이 싸서 돈을 아끼려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나머지 56%의 소비자는 ‘사회적 재분배를 위해’, ‘공식적 경제에서 구할 수 없어서’, ‘공식적 경제 보다 품질이 좋아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
BBQ는 ‘네고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치킨 값을 크게 할인해줬다. 이는 위 연구에서 ‘값이 저렴해서’에 해당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가격 할인만 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른 가치는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진정성’이 담긴 콘텐츠 마케팅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치킨 시장에선 교촌치킨, bhc, 제너시스BBQ 등 ‘빅3’(매출액 기준)가 강자다. BBQ는 한 때 치킨업계 1위였다. 하지만 2018년 2위 bhc에 비해 매출이 72억원 적은 3위로 밀린 데 이어 2019년엔 2위 bhc와의 매출 격차가 750억원으로 벌어졌다.
BBQ로선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다. BBQ는 지난해 콘텐츠 마케팅에 큰 베팅을 했다. 연간 광고선전비·판촉비의 절반 수준인 100억원을 단일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상황 1 “일회성 바이럴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
도전 1 윤홍근 BBQ회장, 100억원 투자 결단
지난해 상반기 BBQ에 콘텐츠 마케팅 제안이 들어왔다. ‘와썹맨’, ‘워크맨’으로 유명한 고동완 PD가 새로 만드는 웹예능 ‘네고왕’에 BBQ가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BBQ 관계자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과 돈(마케팅 비용) 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광고는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브랜드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소비자 반응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재미있는 콘텐츠로 일회성 바이럴고 끝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연간 광고선전비·판촉비의 절반 수준인 100억원을 단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건 마케팅 책임자가 결정할 수 없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결단이 필요했다. 윤 회장은 동물적 감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네고왕 프로모션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30만명이던 BBQ앱 가입자가 단숨에 250만명으로 불어났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앱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는데 1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100억원으로 200만명 이상을 늘렸으니 한 명당 5000원만 쓴 셈이다.
게다가 단순히 앱에 가입만 하는 게 아니라 치킨을 실제로 구매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훨씬 컸다.
BBQ앱이 활성화되자 가맹점 패밀리(BBQ는 가맹점 점주를 패밀리라고 부른다)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BBQ앱을 통한 주문엔 배달앱 수수료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 팬덤이 형성된 것도 큰 성과였다. BBQ 관계자는 “‘3년 만에 BBQ 주문했다’ 같은 자연발생적 바이럴 효과가 나타났다”며 “BBQ 브랜드의 우군을 많이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근거없는 갑질 논란으로 수년간 BBQ 이미지가 실추됐지만 네고왕 콘텐츠 마케팅으로 단 번에 판 뒤짚기가 일어났다.
윤 회장은 ‘국민 호감 프랜차이즈 CEO’가 됐다. 소비자 관련 학회 시상식에 참석한 윤 회장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많은 대학원생들이 달려드는 일도 생겼다.
상황 2 코로나 시대 언택트 소비 트렌드
도전 2 매장영업 않는 배달·포장 전문 매장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맞춰 BBQ는 BBQ스마트키친(BSK)을 승부수로 던졌다. BSK는 매장영업을 하지 않고 배달과 포장 주문만 받는다.BBQ 관계자는 “‘공유주방’에서 영감을 얻어 ‘쿠킹 스튜디오’ 방식으로 만들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리과정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렇게 깨끗한 조리 환경을 확인한 뒤 믿고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BSK는 8평(26.44㎡) 정도의 매장 전체가 주방이다. 배달과 포장만 하니까 입지 선정이 자유로워 임대료가 싼 곳에 차릴 수 있다.
임대료 포함 5000만원 정도로 창업할 수 있다. 그래서 20~30대 젊은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BBQ는 하나은행과 제휴해 1% 초저금리로 창업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BSK도 대성공이었다. 런칭 6개월 만에 150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BBQ 관계자는 “올해는 단순 계산해도 300개 이상의 BSK가 오픈할 예정”이라며 “BSK 덕분에 2019년말 1604개였던 매장 수가 지난해말 1800개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BBQ는 매장 수 기준 치킨업계 1위다.
상황 3 콘텐츠 마케팅이 올해도 화두
도전 3 치킨 마케팅 세 가지 원칙으로 대응
네고왕 프로모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BBQ는 지난해 하반기 유튜브 ‘날광고’(편집 기술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광고)를 제작했다. 15초 짜리 4편과 6초 짜리 2편을 반나절만에 만들었다.처음 며칠 동안은 유튜브 BBQ채널에만 광고를 올렸는데도 3~4편이 조회 수 톱 10에 올랐다. 1주일 뒤 다른 매체들에도 광고를 풀었다. BBQ 관계자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밀당 전략’을 벌여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전했다.
BBQ의 날광고는 구글이 선정한 ‘2020년 대한민국 인기 광고’에서 4위를 차지했다.
BBQ는 올해도 콘텐츠 마케팅이 화두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치킨 시장에서 브랜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콘텐츠 마케팅으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치킨 마케팅 세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첫째, ‘20대 타깃 브랜딩’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20대를 치킨의 핵심 소비 그룹으로 본 것이다.
둘째, 소비자들이 근거없는 브랜딩은 외면한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브랜드 알리기에 급급해 이것저것 사용하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셋째,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시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BBQ의 지난해 콘텐츠 마케팅 성공 요인은 ‘CEO의 과감한 결단’과 ‘진정성이 담긴 콘텐츠’로 요약된다.전자를 위해선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CEO가 성과가 불확실한 콘텐츠 마케팅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모아 보고하고 실무 책임자로서의 의견을 말하는 정도다.
이에 비해 후자는 마케터가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 BBQ 관계자는 “네고왕과 날광고 성공은 소비자들이 ‘진정성’에 공감한 덕분”이라고 했다.
BBQ는 10여 년 전에도 진정성 마케팅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 당시는 트랜스 지방이 사회적 이슈였다. BBQ는 ‘가장 좋은 기름으로 튀긴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올리브 오일을 채택했다. 그 결과 ‘후라이드는 BBQ’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지난해 콘텐츠 마케팅의 성공은 진정성을 유튜브 감성과 적절하게 결합시킨 게 주효했다. 유튜브 시대 소비자들은 조금 투박하고 부족하더라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으면 후한 평가를 준다는 점을 적극 공략한 것이다.
BBQ 마케팅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요기요와 함께 진행한 반값 할인 프로모션에 많은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내부에서 “투자금 대비 실질적 성과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비용을 많이 쓴다고 성공적인 마케팅이 보장되진 않는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모든 마케터는 소비자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구매해 주길 원한다. 하지만 연애에도 단계가 있듯이 구매에도 단계가 있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Buyer-readiness Stages라고 한다. 즉 소비자들은 ‘인지(Awareness)-지식(Knowledge)-호감(Liking)-선호(Preference)-확신(Conviction)-구매(Purchase)’로 이어지는 구매의 순차적 단계를 거친다.
쉽게 말해, 구매하기 전에 그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하고,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구매한다. 결국 구매는 최종 도착지일 뿐, 마케터들이 잘 해야 하는 일은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지, 지식, 긍정적 감정 등을 유도하는 것이다.
BBQ의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은 매우 유머러스하다. 네고왕과 날광고는 타깃 소비자로 하여금 성공적으로 호감(Liking)을 유도하였다.
최근 경쟁사와의 매출 격차가 벌어졌던 BBQ 입장에서 다시 한번 호감의 단계를 확고히 다지는 것이 매우 현명했다. 핵심 타깃인 MZ세대의 유튜브 감성에 효과적으로 어필한 점도 성공요인이다.
다만 이것이 지속적인 재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번의 호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경쟁사보다 BBQ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선호(Preference) 단계로 안착시켜야 한다.
유머러스한 유튜브 콘텐츠만으로는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결국 BBQ만이 전달할 수 있는 차별화된 핵심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최현자 서울대 교수
BBQ가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것을 보고 한 연구가 떠올랐다.
소비자들이 ‘비공식적 경제’(informal economy)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를 규명한 연구다.
비공식적 경제는 세금이나 노동 관련 법규 등을 준수하면서 이뤄지는 공식적 상거래 활동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전통시장의 좌판점에서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게 비공식적 경제에 해당한다. 개인끼리 현금으로 값을 치르고 물건을 거래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것도 비공식적 경제다.
하지만 불법적이거나 돈이 오가지 않는 것은 비공식적 경제가 아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불법이고 후자는 기부나 봉사라고 봐야 한다.
글로벌 GDP의 31.2%가 비공식적 경제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비공식적 경제의 규모는 상당하다.
이 연구는 유럽연합(EU) 27개국, 26,659명의 소비자를 대면 인터뷰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공식적 경제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값이 저렴해서’(44%)였다.
하지만 가격이 싸서 돈을 아끼려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나머지 56%의 소비자는 ‘사회적 재분배를 위해’, ‘공식적 경제에서 구할 수 없어서’, ‘공식적 경제 보다 품질이 좋아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
BBQ는 ‘네고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치킨 값을 크게 할인해줬다. 이는 위 연구에서 ‘값이 저렴해서’에 해당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가격 할인만 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른 가치는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진정성’이 담긴 콘텐츠 마케팅이 빛을 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