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사모펀드 공모' 불인정…증거 인멸·은닉만 인정
'사모펀드 의혹' 조국 5촌 조카, 항소심도 징역 4년
사모펀드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가 2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구자헌 김봉원 이은혜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조범동(38)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벌금 5천만원도 유지됐다.

조씨는 자산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각종 범죄 혐의를 저지른 혐의로 2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적용된 혐의만 21건이다.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 혐의는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총 72억여원의 횡령·배임 등이다.

조씨는 코스닥 상장사 WFM 주식을 넘겨받는 양수도 계약을 맺은 뒤 주식을 사채업자들에게 재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사채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하고도 금융당국에는 코링크PE 자금으로 인수했다고 거짓보고했다.

또 2018∼2019년 허위 금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공장 공사·설비 대금을 부풀리고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를 받게 하는 등 수법으로 WFM의 자금 58억여원을 횡령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밖에 사모펀드 블루펀드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를 활용한 13억원의 횡령 혐의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특히 1·2심 모두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조씨의 사모펀드 관련 범행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증거 인멸·은닉에 관여한 사실만 인정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7년 3월 코링크PE에 5억원을 투자했고, 조씨는 수익률을 보장해주려고 코링크PE 자금 1억5천700여만원을 보내줬다며 횡령으로 보았다.

이에 1·2심 모두 정 교수가 조씨에게 돈을 빌려준 뒤 그에 따른 이자를 받았을 뿐이라고 판단해 검찰의 공소사실 중 절반인 7천800여만원에 대해서만 조씨의 횡령을 인정했다.

정 교수는 공범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이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조씨가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정 교수 남매 이름이 등장하는 자료들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은닉 교사)는 1·2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와의 공모관계도 인정됐다.
'사모펀드 의혹' 조국 5촌 조카, 항소심도 징역 4년
1심 판결이 뒤집힌 대목은 블루펀드의 설립(변경) 보고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조씨는 2017년 7월 정 교수와 그의 남동생, 자녀 등 6명의 투자금 14억원을 펀드에 유치하기로 하고도 투자 약정금을 99억4천만원으로 보고했고, 자녀들도 1인당 3억5천만원씩 투자 약정했다고 보고했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자녀들 명의로 실제 5천만원만 투자할 계획인 것을 알고도 3억5천만원의 투자 약정금을 보고한 것은 허위라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경심과 그 동생, 자녀들이 각자 비과세 범위인 5천만원씩 투자할 것을 알고도 유한책임 사원의 최소 출자액 3억원 이상을 투자 약정한 것으로 기재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상 거짓 보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이 정경심과 공모한 것으로 기소했으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체 투자 약정액을 14억원이 아닌 99억여원으로 보고한 것도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