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쌍용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에서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회생을 추진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기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지분을 감자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HAAH가 지분 51%를 보유하는 대주주로 올라서는 내용의 사전 회생계획안을 다음달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지난 28일 협력회사에 단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인 P플랜(사전회생계획)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

변수는 채권자들의 동의 여부다. P플랜에 들어가려면 상거래 채권자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자 절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중소업체들은 쌍용차가 무너지면 더 어려울 수 있어 P플랜에 동의하겠지만, 대기업 협력사는 상황이 달라 설득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의 신규 자금 지원도 관건이다. HAAH는 유상증자 금액만큼의 자금 지원을 산업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흑자 전환 전 쟁의행위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등 이동걸 회장이 내건 두 가지 조건을 쌍용차 노동조합이 받아들여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채권자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쌍용차 협력사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신규 자금 공급 등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42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이날 공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급감,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작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