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에 효용 없다…英 접종 간격 확대로 변이 확산"
"브렉시트는 실수…여러 면에서 상황 어려워져" 지적
영국 "비상식적·거짓" 반발…'포스트 브렉시트' 백신 갈등 심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능에 물음표를 제기하면서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신경전에 또 불이 붙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궁에서 영국과 미국, 유럽, 중동 지역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에서는 효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65세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무효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관련해 60∼65세 연령층에는 권유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가 확보한 초기 결과"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조건부 판매 승인을 권고하기 몇 시간 전 나왔다.

프랑스는 자체 보건 당국의 승인 여부를 다음 주 초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의 백신 접종 정책에 대해서도 저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영국은 백신을 빠르게 확산시켜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연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두고 "한차례 접종으로는 면역이 덜 갖춰져 바이러스가 적응하게 된다는 점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라며, 1차 접종만 해주고 '백신을 접종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영국 정치권과 과학계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비상식적"이며 "거짓"이라고 맹비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EU와 영국 간 백신 신경전이 잠시 진정되는 듯했다가 재점화하게 됐다.

앞서 EU는 회원국의 백신 부족 사태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공급 축소가 맞물리자 '유럽에서 생산된 백신의 영국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압박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이외에 벨기에 등에도 백신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데, 해당 생산분에 대해 EU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일종의 으름장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백신 국수주의"라는 지적을 받자 29일 이 같은 입장을 철회하면서 일단 아일랜드발 영국행 백신 수출이 정상화한 상태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면서, 영국이 계속해서 미국과 EU의 동맹으로 남을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은 어떤 정치적 입장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은 뒤, 미국과 EU의 최고의 동맹으로 남으면서도 공통의 규정 등에서 갈라져 나가는 '새로운 싱가포르'(new Singapore)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과연 누가 동맹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반쪽 친구라는 개념은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국과) 평화롭고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

우리의 운명과 지적 접근, 연구자들과 산업 종사자들은 서로 연계돼 있다"며 "자주권을 가진 대륙과 개별 국가가 가능하다고 믿으며, 신(新)민족주의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공동의 야심과 운명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동맹으로 남아 있으며, 역사와 지리는 변하지 않는다.

영국인들이 우리와 다른 운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당신네 나라(영국)를 매우 좋아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말한 바 있지만, 브렉시트는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국민의 자주권과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는 만큼 브렉시트를 단행했어야 한다"면서도, "투표 당시에 너무 많은 거짓말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브렉시트 후) 여러 면에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진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