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현대家 창업 1세대 시대' 막내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저녁 향년 84세 나이로 타계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그의 별세로 ‘영(永)’자 항렬로 범 현대가를 이끌던 현대가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KCC 측은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소 고령에도 건강했던 정 명예회장은 매일 출근해 업무를 처리했으며 작년 11월까지 사무실로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생인 정 명예회장은 창업주로서 드물게 60여년을 경영일선에서 몸담으며 국내 기업인 중 가장 오래 경영현장을 지켜온 기업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맏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자립하는 길을 택한 그는 1958년 슬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창업했다. 안으로 튼튼한 회사로 키우고, 밖으로는 산업보국을 실천한다는 창업정신은 지금까지 KCC그룹으로 이어져왔다.

1974년에는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사업에 진출했으며,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에 금강고려화학㈜을 ㈜KCC로 사명을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건축 및 산업자재 국산화와 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전까지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해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기술국산화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했으며, 반도체용 접착제를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힘을 보탰다. 1996년에는 수용성 자동차도료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하면서 도료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2003년부터는 전량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콘 원료(모노머)를 국내 최초로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실리콘 제조기술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경영자였던 고인은,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인재육성을 위해 동국대, 울산대 등에 사재 수 백억원을 기꺼이 쾌척하는 등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힘을 보탰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