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대·소림사 '함께 살아보자' 고육책…상업화 논란
'천년 고찰이 돈벌이 무대'…쿵후쇼·기념품 수익 사업 매진
"소림사에서 무술 박사 학위를 따면 이소룡처럼 절세 고수가 될 수 있나요.

"
중국 무협 소설이나 영화에 관심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중국 무술의 발원지 소림사(少林寺).
최근 과도한 상업화로 거센 비난을 받는 소림사가 지역 대학과 손을 잡고 무술 박사 학위 과정을 만들어 최근 중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허난(河南)성 허난대학이 쑹산(嵩山)에 위치한 소림사와 손잡고 '소림사 무술 석·박사' 과정을 개설한 것이다.

허난대 부총장과 소림사 방장은 최근 중국 문화의 국제화를 표방하며 제휴 협약을 하고 무술 전공 대학생과 석·박사 대학원생 모집에 나섰다.

이번 제휴의 명분으로 소림사는 '중국 문화의 부흥과 전파', 허난대는 '상호 협력과 인류 공동체 구축'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다.

허난대는 지난 2019년 중국 내 종합대로는 처음으로 무술 대학을 만든 곳이다.

이번에 학위 인증 범위를 확대해 소림사 무술을 익힌 '1호 박사'를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는 대학이 소림사의 명성에 의존해 손쉽게 학생을 유치하려다 대학 경쟁력만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소림사와 대학이 손을 잡게 된 데는 속사정이 있다.

중국 무술은 1970년 액션 배우 이소룡으로 유명해졌지만 정작 495년 창건한 소림사는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브랜드 존재감이 크지 않다.

더구나 소림사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등록마저 번번이 무산되면서 무술의 본산임을 증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소림사' 브랜드의 대학 학위를 통해 공신력 확보를 시도하는 것이다.

인구 9천600만 명의 허난성에 대표 대학인 허난대는 개교 108년째이지만 중국 대학 랭킹 10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이라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허난대와 소림사가 손잡고 개설한 수련 과정은 지난 2년간 전세계에서 1천여명이 참가해 100여명이 승단 심사를 통과할 정도로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랑(新浪·시나)은 "중국 내 무술학과를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허난대의 소림사와 제휴는 해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해 대학 랭킹을 높이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림사 학위가 중국 내에서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전통 무술의 보존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상업화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소림사는 496년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가 세운 유서 깊은 사찰로 예로부터 속세와는 거리를 둔 불교 성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성 추문 및 공금 횡령 의혹에도 시달렸던 스융신(釋永信·50) 소림사 방장이 1999년부터 소림사 운영을 맡으면서 급속히 상업화로 변질됐다.

스 방장은 소림사에서 쿵후 쇼와 영화 촬영, 소림사 기념품 판매, 해외 복합문화단지 건설 등 각종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불교와 소림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울러 소림사는 자회사를 통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 기념품을 판매하고 온라인 영화제작 사업 등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 사찰은 9개의 자회사와 산하 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