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간 GS리테일 상무/사진=GS리테일
성찬간 GS리테일 상무/사진=GS리테일
성찬간 GS리테일 상무는 ‘와인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와인은 백화점 상품이란 인식을 깨뜨리고 와인을 편의점에 맞는 상품으로 바꿔놓은 주인공이다.

2006년 ‘라마르’를 GS25, GS슈퍼마켓 등 GS리테일 전 채널에서 판매 1위 와인으로 만들었고 2016년부터 베토벤 스토리텔링을 접목시킨 시리즈 와인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성 상무는 1994년 LG유통(GS리테일의 전신)에 입사했다. 당시 100개 정도였던 GS25(옛 LG25)가 1만5000여개로 불어나는 동안 20년 넘게 MD(상품기획자)로 일했다. 현재 GS25 MD·마케팅 부문장이다.

Q: 와인을 편의점에 들여온 계기는?

A: 2000년대 초반엔 편의점이 담배가게처럼 인식됐다. 매출의 40%가 담배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지금은 신선식품, 가정간편식 등이 많이 팔리면서 담배가게 이미지가 사라졌다.

2006년 편의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고민했다. 백화점 상품이던 와인을 편의점에 가져오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편의점에서 와인을 팔자고 했더니 다들 “제정신이냐”는 반응이었다.

다행히 당시 담당 임원이었던 조윤성 사장님이 칠레 출장비 1500만원을 흔쾌히 결재하시면서 도전해보라고 응원해주셨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해가 뜨는 바다를 보면서 ‘라마르’라고 말한다. 라마르는 평화, 아름다움의 뜻을 담고 있다.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와인’이란 스토리로 라마르를 팔기 시작했다.

당시 GS슈퍼마켓, GS마트, GS백화점 등에서 1위 와인이던 몬테스알파를 제치고 판매 1위 와인이 됐다.

Q: 베토벤 시리즈 와인은?

A: 3년간 영업을 하다가 2016년 MD로 복귀했다. 와인 붐을 다시 만들고 싶었다.

와인은 하늘의 별만큼 많다는 말이 있다. 수없이 많은 와인 중에서 우리가 팔 와인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려면 뭔가 남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기아차 K5가 뜬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숫자로 하자고 결정했다.

숫자에 입힐 스토리가 필요했다. 조윤성 사장님이 다시 한번 도움을 주셨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 9번 소나타 크로이쳐가 걸작이라며 음악을 접목시키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내친 김에 와인 라벨에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쳐 소나타’에 나오는 한 장면을 그린 작품을 넣었다.

와인 라벨에 베토벤의 크로이쳐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도 넣었다. 베토벤 9번 소나타를 들으며 명작 그림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와인이 탄생했다.

‘넘버9 크로이쳐’를 본 고객들이 “편의점에 이런 와인이 있었나”라는 반응을 보일 때 정말 반가웠다.

베토벤의 현악 협주 작품 중 수작으로 꼽히는 로만체로 ‘넘버2 로만체’ 와인을 만들었다. 지난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GS25 창립 30주년이었다. 이를 기념해 베토벤이 장애를 딛고 완성한 명작 교향곡 3번 에로이카(영웅)로 ‘넘버3 에로이카’ 와인을 선보였다.

베토벤 시리즈와 함께 유명 와인 산지의 자연을 주제로 ‘네이쳐사운드’ 시리즈 와인 2종도 내놨다. 작년에 GS25 와인 매출 중 40%를 베토벤 시리즈와 네이쳐사운드 시리즈가 차지했다.

Q: 와인 MD가 있다는데

A: 2016년에 와인 전문 MD라는 역할을 새로 만들었다. 편의점에 주류 MD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와인 MD는 처음이었다.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마치도록 지원했다. GS25가 와인의 프리미엄 전문점이 되려면 와인 전문 MD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밀어부쳤다.
앱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와인25플러스'/사진=GS리테일
앱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와인25플러스'/사진=GS리테일

Q: ‘와인 25플러스’라는 앱도 만들었는데

A: 지난해 4월에 유통규제 혁신 1호인 주류 스마트 오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다. 서울 지역은 와인을 포함한 주류 700종을 오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 6시에 원하는 매장에서 와인을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앱을 통한 전체 판매량의 40%가 지방이란 점이다. 지방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결과다. 앱을 통한 판매량이 매달 50%씩 증가하고 있다.

Q: 마케터와 MD의 차이는?

A: 제조업체는 마케팅이 상품을 기획하고 영업전략을 짜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회사는 MD가 상품을 만든다. 유통회사 MD는 여러 상품 공부하고 시장조사하고 트렌드 파악해서 프로모션 방법도 만들어야 한다.

유통회사에선 마케터와 MD가 때론 상대를 이끌고 때론 지원하면서 협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MD·마케팅 부문장을 맡고 나서 사무실에 ‘MD는 프로다!!’라는 현수막을 만들어 걸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타율로 평가받듯이 MD는 자신이 만든 상품으로 증명해야 한다.

Q: 와인 말고 기억에 남는 상품은?

A: 10년 전 쯤 상품 ‘신선도’가 사회적 이슈였다. 신선도 넘버 1을 지향하면서 ‘오늘 새벽에 짠 우유’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당일 짠 우유를 당일 매장에서 판매하는 건 불가능했다. 낙농가에서 집유해서 사일로에 3일 정도 모아서 우유를 만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관령 목장을 10번도 넘게 찾아갔다.

결국 새벽에 짠 우유를 원주 공장에서 가공해서 당일 낮 12시 점포에서 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우유를 사려고 고객들이 날마다 줄을 섰다. 방송국 카메라들이 몰려와서 뉴스에 나오고 정말 대성공이었다.

빼빼로도 잊지 못할 상품이다. 1998년 LG25 시절, 국내 MD 최초로 ‘빼빼로 데이’ 프로모션을 했다. 11월10일과 11일 빼빼로 매출이 폭증했다.

이듬해 롯데제과에서 찾아왔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빼빼로 데이 프로모션을 같이 하자고 했다. 역시 대박이 났다. 2000년부터는 다른 유통회사들이 모두 빼빼로 데이를 따라했다.

그 때 확보한 도메인(pepero.com)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 회사 빼빼로 매출이 경쟁사 대비 2배가 넘는다.

■ Interviewer 한 마디

“과자 MD하던 시절, 길거리에 버려진 과자 봉지 쓰레기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주워서 확인했어요.”

후배 MD와 마케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성찬간 GS리테일 상무가 한 말이다. 자신이 맡은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쓰레기도 지나쳐 버리지 않았단다.

“열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일의 기반이죠. MD는 열정을 갖고 전문성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창의성이 나올 수 있어요.”

성 상무는 ‘열정→전문성→창의성’이 MD로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자신의 일에 미친 듯한 열정을 가지려면 ‘세상을 바꾸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꿈과 목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여 년 경력 베테랑 MD의 조언은 직종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새겨들을 만하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