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 '정조준'…전방위 '플랫폼 규제법안' 잇달아 발의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부·여당발(發) 규제법이 연달아 발의되고 있다.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를 신산업에 적용해 시장의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번 ‘플랫폼 규제법’이 제정되면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에 따라 규제가 걷잡을 수 없이 강화돼 ‘반(反)신산업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법)’이 지난 28일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해 9월 입법예고된 플랫폼법은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했다. 입점 업체와의 거래 조건을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을 막는 게 핵심이다. 입점 업체와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불공정 행위 적발 시 플랫폼 기업에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했다.

정부안 발의 전날인 27일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내놨다. 정부안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민 의원안은 시·도지사에게도 플랫폼 중개거래 감독·분쟁조정권을 줬다. 25일 발의된 같은 당 김병욱 의원안은 불공정 거래행위 유형을 정부안보다 구체화했다. 온라인 플랫폼법 위반 행위를 신고·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도 담았다.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정부·여당발로 한 주 동안 세 건이 연이어 발의된 것이다.

이들 의원안과 정부안이 병합 심사되면 최종안의 규제 강도는 정부안보다 세질 가능성이 높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 명의로도 비슷한 법안이 지난해 7월 이미 발의됐다. 송 의원안엔 부당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2월엔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플랫폼 기업의 검색 순위 조작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배달 등 플랫폼 종사자에게 단체 설립 권한을 부여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여당 주도로 플랫폼 규제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신산업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일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우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원안은 제안 이유로 불공정 거래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현재 플랫폼들은 경쟁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잘못된 사실관계는 법안 전체의 신뢰성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국내 플랫폼에만 제재가 가해져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검색 알고리즘 공개 조항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 같은 핵심 정보를 한국 정부에 제공할 리 없다는 것이다. 중복 규제 문제도 제기된다. 플랫폼법이 정의한 다섯 가지 불공정 행위가 기존 공정거래법과 겹친다는 주장이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플랫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현행법만으로도 가능하다”며 “최대한 시장 스스로의 힘에 따라 경쟁질서가 확립되도록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