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개와 현대차 정신
지금까지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한 기업이 약 1조원에 팔렸다. 이게 무슨 일일까. 현대자동차가 인수하겠다고 밝힌 보스턴다이내믹스 얘기다. 이 회사는 ‘스폿 미니’라는 로봇개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오랫동안 걷는 로봇을 개발해왔지만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왜 이 기업을 1조원을 들여 인수하겠다고 했을까.

선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최근 현대차가 밝힌 미래 계획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대차는 2019년 5월 로봇 기술기업 리얼타임 로보틱스에 17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충돌을 회피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같은 해 10월 “앞으로 우리 사업의 20%는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로봇 전문가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말 나온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소식은 이런 의문을 한꺼번에 해소시켰다. 현대차는 정말 로봇 사업을 하려는 것이고, 그것도 잘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현대차로서는 이번 인수 건으로 일단 로봇회사라는 색깔을 입히고 최첨단 모빌리티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예전에 일본의 혼다자동차가 ‘아시모’라는 2족 보행로봇을 개발하면서 자사의 높은 로봇 기술력을 대중에게 보여줘 최첨단 자동차기업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예를 보면, 현대차는 이번 인수 건으로 상업적 이득을 단기간에 획득했음에 틀림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구글, 소프트뱅크를 거쳐 이제 현대차의 자회사가 된다는 것은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다. 예전에 구글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땐 모든 로봇을 할 것처럼 보도됐지만 결국 의미 있는 결과 없이 매각됐다. 소프트뱅크에 인수될 때만 해도 서비스 로봇의 혁신을 가져올 것처럼 소란스러웠으나 지금까지 무슨 결과를 냈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이제는 과거 두 번의 초대형 기업 인수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구글이나 소프트뱅크로서는 인수 금액 이상을 받고 매각하게 됐으니 밑지는 장사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로봇사업을 더 이상 같이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듯싶다.

반면 두 회사 모두 주력으로 하는 사업 영역이 보스턴다이내믹스와는 이질적이지만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코드가 비교적 맞는 기업으로 보여지므로 서로 보완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디테일에 들어가서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이야기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키다리 아저씨’를 만난 것인지, 아니면 현대차가 유능한 동반자를 얻게 됐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면 앞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차의 자회사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 더 이상 관심 갖는 회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이번 기업 인수 건에 대해 많은 로봇 관계자가 로봇산업에 큰 흥행이 이뤄질 것처럼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는 현대차 로고를 단 로봇개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현대차가 로봇개를 매개로 로봇말이나 애완견로봇 같이 크고 작은 걸어 다니는 로봇을 만들어서 사업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어떻게 현대차와 동기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인 듯하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기술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동반자와 공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또 로봇산업 특성상 다양하고 실력 있는 협력자를 주변 산·학·연에서 확보하는 것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현대차 정신을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불어넣는 것이 종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