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된다. 서울상의 회장이 관례적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온 만큼, 사실상 경제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안팎으로 죄어오는 불확실성과 도전에 직면한 기업들이 최 회장이 이끌 대한상의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4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는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전과는 다른 무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18만 개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종합 경제단체다. 새 회장을 맞이하는 것을 계기로 상의가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는 갈망이 크다. 현 정부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철저히 배제돼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마땅찮았던 까닭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문제 외엔 의견을 내기 힘들었고, 한국무역협회는 태생적으로 관심사가 통상에 국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외에서 악전고투하는 기업들의 호소와 건의가 거의 전달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는 변함이 없어 기업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성장의 주역’으로 칭송받기는커녕 ‘잠재 범죄자’로 낙인찍혀 숨죽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법 등 기업 활동을 위협하는 규제는 끝이 안 보인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은 천형(天刑)’이라는 자조와 탄식이 드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의를 이끌어갈 최 회장은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우선 다종다양한 경제계 목소리를 종합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가 맞닥뜨린 험난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개전투가 아니라 총력전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기업을 벌주고, 통제해야 할 존재로만 취급하는 정치권을 향해 기업이 국가경제 위기 극복의 핵심 엔진임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건전한 정책 대안을 지속해서 제시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그간 최 회장은 그룹 주력인 통신·화학산업 기반을 다졌고 SK하이닉스를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키웠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도 일찌감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 요즘 대세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도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경제 활력과 ESG의 조화를 이루는 리더십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 회장이 이끌 대한상의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기업들의 활로를 여는 진정한 대변자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