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예적금 한 달 새 6조 또 이탈…"새해 증시 올라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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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예적금이 1월 한달새 6조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7조5000억원이 빠져나간데 이어 잔액이 지속적으로 이탈하는 모양새다. ‘부동자금’인 요구불예금도 한달새 10조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예적금을 깨거나 요구불예금을 빼 새해 증시에 올라타려는 개미들의 움직임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대은행서만 6.2조 예적금 깨
1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 예금 잔액은 626조892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대비 5조5156억원 줄어든 수치다. 정기적금은 같은 기간 6722억원 줄어든 40조6488억원을 기록했다. 한달새 5대 은행에서만 6조1878억원의 예적금이 빠져나간 셈이다.지난해 말에도 예적금이 크게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감소폭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예금잔액은 632조4076억원으로 전월(639조8841억원)대비 7조4765억원 줄었다. 적금도 같은기간 1067억으로 소폭 감소했다. 당시 예·적금 모두 감소폭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에 예·적금이 한꺼번에 빠진 건 6·17 부동산 대책 전후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부동산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말과 이번달에는 특별한 정책 변화가 없는데도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것이어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637조8555억원으로 전달 대비 9조9840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달만에 요구불예금이 16조567억원 불어났었다.
연초 요구불예금이 줄어드는 경향이 일반적이지만 예상보다 감소 폭이 크다는게 업계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1월에는 12월 말 결산 이후 추가적인 자금 수요가 생기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통상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든다“면서도 ”이번에는 기업 자금 수요가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개인의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면서 감소폭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요구불 예금 감소폭은 지난해 1월(7조4399억원) 보다 2조5000억원 가량 더 많았다.
◆금리 만족 못해…“증시 올라타자”
새해 증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은행에서 증시로 ‘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코스피 지수가 한때 3200을 돌파하는 등 새해 증시는 활황세를 이어갔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예적금 금리가 낮아진 것도 직접 투자 수요에 불을 지폈다. 현재 1년 만기 기준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정기예금은 대부분 금리가 연 0%대다. 1억을 넣어도 한해 이자로 100만원을 받기 어려운 셈이다.이때문에 지난달 말 급락장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비중을 더 높이는 등 ‘동학 개미 운동’의 움직임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68조171억원을 기록, 한달새 2조5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11월말 61조5876억원에서 지난해 말 65조5227억원으로 한달 만에 4조원 가량 불어난 뒤 추가로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고강도의 주택 시장 규제가 이어지면서 개인 자금이 증시로 더욱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사기 어려워진 탓에 부동산 대신 주식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젊은층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해에는 기업공개(IPO)도 많기 때문에 공모주 청약 등을 위해 예적금을 깨는 경우도 많다”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