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업계 3위 KB자산운용이 주요 상품의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저가전략을 통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구축하고 있는 양강구도를 깨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이미 국내 ETF 업계의 수수료 수준이 글로벌 최저수준이고, 과거 비슷한 전략이 실패한 전례가 있음을 지적하는 ‘비관론’과 대표지수형 ETF 상품의 주 고객층인 기관 자금의 성격을 고려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론’이 교차한다.

운용보수 ‘사실상 무료’ 선언

1일 KB자산운용은 ‘KBSTAR200 ETF’와 ‘KBSTAR200 TotalReturn(TR) ETF’, ‘KBSTAR나스닥100 ETF’ 3개 상품의 총보수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BSTAR200은 연 0.045%에서 연 0.017%로 내린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면서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KBSTAR200 TR은 연 0.045%에서 0.012%로,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나스닥100은 0.07%에서 0.021%로 인하한다. 해당 상품들은 KB자산운용이 상장한 77개 ETF가운데 순자산규모 기준 각각 1위(KBSTAR200), 19위(KBSTAR나스닥100), 24위(KBSTAR200 TR)에 해당하는 주력 상품들이다. 펀드의 총보수 가운데 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는 0.001%로 내렸다. 사실상의 ‘출혈경쟁’을 선언한 셈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이 삼성과 미래에셋의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해 당장의 수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은 52조2421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51.87%(28조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6.79%로 두 회사의 점유율이 80%에 근접한다. 3위인 KB자산운용의 점유율은 6.38%에 불과하다. ETF 사업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운용사도 삼성과 미래에셋 양강 뿐이라는 평가다.

KB자산운용에서는 대표지수형 상품의 주 수요층인 기관자금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ETF 특성상 같은 지수를 따르는 상품의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다”며 “장기투자를 해야하는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ETF 최저보수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실패한 전략 VS '가성비' 포지셔닝 성공할 수 있어

업계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일단 KB자산운용이 중하위권 운용사들의 ETF 사업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ETF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미 국내 대표지수형 ETF의 총보수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한 운용사가 수수료를 끌어내리면 중소형 경쟁자들이 그대로 따라가고 상위권 운용사들은 수수료를 유지하는 구도”라며 “수수료 경쟁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차별화된 테마형 상품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관론자들은 2018년 키움투자자산운용 사례를 거론한다.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코스피200 TR 상품을 내놓으면서 총보수를 연 0.012%로 결정했다. 경쟁 상품의 수수료가 연 0.1% 수준이었던만큼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년이 지났지만 해당 상품의 순자산은 454억원으로, 보수가 더 높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TR(순자산 1572억원)의 4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양강 구도를 깨는데 실패한 셈이다.

긍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ETF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보다는 마케팅 요소로 봐야 한다"며 "KB자산운용이 우수한 신규 상품을 꾸준히 낮은 보수로 내면서 저렴하고 우량한 ETF 운용사로 포지셔닝한다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