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 성산일출봉 갯바위서 목숨 건 선원 구조 작전 펼쳐
헬기 인원 초과로 구조대원 7명 현재 갯바위 남아 구조 대기 중

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동쪽 상공.
제주해양경찰청 소속 다목적 중형헬기 '흰수리'가 성산일출봉 동쪽 절벽으로 최대한 접근해 해수면 위 25∼30m까지 고도를 낮췄다.

"헬기 조종 20년 경력 통틀어 이런 고난도 구조는 처음"
헬기에 타고 있던 항공구조사가 레펠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해상으로 하강했다.

강한 바람에 레펠이 무지막지하게 흔들리면서 위태위태한 상황이 계속됐다.

만에 하나 돌풍이라도 불면 헬기는 절벽에 부딪혀 추락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헬기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물론 갯바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고립 선원 5명과 서귀포해양경찰서 구조대원 7명은 물론 멀리 경비정 등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숨죽였다.

목숨을 걸고 레펠 하강을 한 항공구조사가 드디어 인양줄을 갯바위에 있는 구조대원에 던졌다.

구조대원들은 곧바로 인양줄을 잡아 각을 잡고, 선원들에게 구명 스트랩을 착용시켰다.

헬기는 체공한 채 선원들을 1명씩 끌어올렸다.

20여분에 걸친 필사의 구조작전을 펼친 끝에 해경은 선원 5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선원들을 태운 해경 헬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선원들은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선원 중 1명이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이 이처럼 위험천만한 구조 작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고립 선원들이 있던 곳이 암초 지대인데다 높은 파도 때문에 경비정이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산읍 선적 채낚기 어선 A호는 전날 오후 9시 27분 어선 위치 발신 장치(V-pass)로 긴급 구조신호를 보냈다.

A호 선원들은 어선이 암초에 걸려 좌초하자 인근에 있는 갯바위로 이동해 구조를 기다렸다.

서귀포해경은 즉시 사고 해역으로 경비정 등을 급파했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헬기 조종 20년 경력 통틀어 이런 고난도 구조는 처음"
해경은 날이 밝자 구조대원 6명이 탄 보트를 보내 갯바위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은 최대한 접근한 뒤 보트에서 뛰어내려 갯바위까지 헤엄쳐 갔지만 이 과정에서 높은 파도를 맞은 보트가 전복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기상 상황이 잠시 호전되자 곧바로 헬기를 투입했다.

헬기는 사고가 발생한 지점까지 20여 만에 도착했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성산일출봉 동쪽 절벽이 사선인 탓에 헬기가 근접하기 힘든 데다 인양줄(호이스트)은 수직으로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경은 항공구조사가 해수면 위 15m 높이에서 인양줄을 손으로 던지면 갯바위에 있는 구조대원들이 이를 잡아 이 줄로 선원들을 구조할 수 있는 각을 유지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해경 구조대원들의 목숨을 건 구조작전 덕에 선원들은 모두 구조됐지만, 보트를 타고 갔던 구조대원 6명과 항공구조사 1명 등 7명의 구조대원은 지금까지 갯바위에 남겨졌다.

당시 헬기 정원은 13명으로, 구조된 선원 5명을 비롯해 기장과 부기장, 항공정비사, 응급구조사 등 이미 정원이 찬 탓에 구조대원들을 태울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중 2명은 머리 등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다시 기상이 악화해 헬기가 뜨지 못하고 있다.

구조 헬기를 조종한 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나찬현 경위는 "비바람이 치는 매우 좋지 않은 기상 조건이었지만, 혹시라도 헬기 구조가 가능한지 출동했다"며 "구조대원들이 온 힘을 내준 덕에 선원들을 성공적으로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경위는 "헬기 조종 20년 경력을 통틀어서도 이러한 고난도 구조는 처음이었다"며 "현재는 어떻게든 기상이 호전돼 갯바위에 남아있는 대원들을 구하러 갈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