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前주쿠웨이트 北대사대리 "김정은, 핵무기 포기하지 않을 것"
2019년 탈북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대사대리(사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자신과 체제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믿는다는 분석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1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능력은 체제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은 비핵화에서 후퇴할 수 없고,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지도부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일춘의 사위로 알려진 인물로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탈북 후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미·북 비핵화 협상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를 요구한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핵능력이 체제와 자신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전면 비핵화에 나설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이란과의 핵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도 지혜롭게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핵 이슈를 푼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핵 이슈도 잘 다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북한이 핵무기 감축 정도는 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대북 제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나온 결정적인 계기는 경제 제재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대북 제재는 이례적으로 강하다”며 “제재는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당시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탈북 이유로는 10대 딸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북한에는 그의 83세 노모와 세 명의 형제자매가 남아 있다. 그는 “내가 한 일 때문에 그들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