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新)산업 경쟁력이 5년 뒤에도 미국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해 하위권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혁신성장’과 ‘신산업 육성’을 외쳤지만 이대로는 달라질 게 없다는 진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수소차, 산업용 로봇, 민간용 무인항공기, 태양전지, 탄소섬유, 차세대 반도체, LNG 운반선 등 7대 신산업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산업은 중국 3개, 미국 2개, 일본 1개, 한국 1개로 현재나 5년 뒤에나 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선정한 주요 신산업 관련 협회의 정책전문가들이 예상한 것이어서 냉정한 자기 진단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7대 신산업을 6가지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신산업 창업 용이성, 정부 지원, 안정적 법적 기반 등에서 현재 4개국 중 꼴찌인데, 5년 뒤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규제를 비롯한 제도·인프라 분야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향후 과제로 정책전문가들이 ‘경직된 규제시스템 개선’(21.4%)을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신산업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따져보고 개선점을 찾아야 마땅하다. 국내에서 신산업이 등장해도 예외없이 ‘대못 규제’로 질식할 지경이라는 점은 익히 봐온 대로다. 원격의료만 해도 중국 동남아까지 앞다퉈 선점 경쟁에 나선 판국에 국내에선 여전히 시범사업 수준을 면치 못한다. 공유경제의 싹을 자른다는 비판을 받은 ‘타다금지법’에 이어, 택배·배달 물류 혁신을 가로막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등 규제법은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정부·여당에서 잇달아 발의한 ‘플랫폼 규제법’도 과잉·중복 규제에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로 국내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통령까지 나서 수없이 ‘신산업 규제혁신’을 약속했어도 현실은 거꾸로 갔다.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는 어제 “규제혁신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10년째 표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다시 공언했다. 이번에도 립서비스나 희망고문으로 끝난다면 더 이상 혁신성장 운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