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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밥상물가 뜀박질…0%대 물가지수 '착시'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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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전 1000원이던 애호박이 3000원까지 치솟고 아기 주먹만 한 사과가 2000원을 오르내리는 등 밥상물가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가 엎친 데 긴 장마·태풍과 한파가 덮친 탓이다. 계란값은 긴급 수입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40%가량 폭등했다.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설과 비교해 대파 양파 건고추 등 주요 농산물 시세는 2배 안팎 치솟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곡물가도 8개월째 오름세여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만만찮다. 인공지능 기반의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 역시 최근 3개월 새 2배 가까이 급등하며 최초로 200을 돌파해 지금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는 2013~2019년 22개 농산물 평균값(100)의 두 배가 됐다는 의미다.

    주목할 것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커지는 와중에도 물가지표가 바닥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근원물가상승률은 0.4%로 21년 만의 최저치였다. 소비자 체감물가(물가 인식)가 물가지표의 2배에 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거리두기로 가정 내 식료품 소비가 30% 급증한 반면 숙박·여행 관련 지출이 급감한 것과 같은 변화가 물가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코로나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를 반영한 지난해 체감물가 상승률이 지표 물가보다 0.2~0.6%포인트 높다고 분석했다. 무차별 선심성 복지 확대로 정부가 좌우하는 교육 의료 통신 등 ‘관리물가’가 추락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작년 소비자물가에 대한 ‘관리물가’의 기여도는 -0.4%에 달해 ‘장바구니 물가 착시(錯視)’를 불렀다. 자산인플레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까지 감안하면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인내할 수준을 넘어섰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크다. 골드만삭스 등은 미국 물가상승률이 올 상반기에 2%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지표 숫자만 보고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타성적인 지표 오독(誤讀)은 금물이다. 초유의 코로나 사태와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소비행태와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 치명적인 인플레를 자초할 수 있다. 가장 경계할 점은 정책리스크다. 최저임금 급등 후 음식값 등 생활물가가 뛴 것처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식의 무차별 현금 살포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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