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신경 끄고 高성장 산업 '1등 기업'에 투자하라"
지난해 주식시장에서는 용기만 있으면 돈을 벌었다. 작년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락한 뒤 3200선까지 거침없이 올랐다. 어떤 종목을 사도 일정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젊은 투자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얼 Z세대들이 주로 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소연도 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든 젊은 세대는 처음으로 ‘위기관리’가 필요한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식투자에 대한 관점을 차분히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밀레니얼 주식투자 리포트’를 보도한 한국경제신문은 2부를 연재하기로 했다. 전문가들로부터 밀레니얼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받았다. 첫 순서는 최광욱 J&J 자산운용 대표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국내 주식시장 상승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에 시장을 즐길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수가 어떻게 될까 고민하기보다 “한국에서 가장 성장 여력이 큰 산업 내에서 1등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1970년대생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최 대표는 ‘1등 기업’과 ‘성장성’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자로 분류된다. 기업의 가치에 주목하지만 그 가치 기준은 고정돼 있기보다 ‘혁명적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변화가 급격한 분야의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면서도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코스피지수 3600 이상도 무리 아냐”

그는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 “과거 유동성 장세의 정점이었던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2008년 고점을 찍은 산업재버블 시기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배까지 도달했던 역사가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의 PBR은 1.3배 수준이기 때문에 더 올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시장을 ‘디지털 혁명’과 ‘그린 혁명’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유동성에 힘입어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상황을 훼손할 만한 변화는 목격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각국 정부가 정책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시점은 아직 멀어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 시장에 대해선 “많이 오른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비싸지 않은 구간에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PBR 1.5배를 가정해도 코스피지수 3600선까진 무리가 없어 보이고, 1.7배까지 올린다면 4000선을 넘어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전과 달리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재무제표 벗어나 1등 기업 찾아라”

최 대표는 “주식시장은 산업 혁명에 따라 빠르게 세상의 변화를 반영한다”며 “이 때문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의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이 시장 성과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투자에서 최악은 재무제표 안에 갇혀 있는 ‘정태적 투자’”라고 말했다. 숫자는 과거일 뿐이란 얘기다. 최 대표는 “기술, 정책, 소비자 트렌드 등이 변화하면서 가장 잘나가던 기업도 쇠퇴하고 새로운 기업이 떠오르는 등 언제든 1등은 바뀔 수 있다”며 “동태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주식 투자에 서툴다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부터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잘 아는 산업 내에서 1등 기업을 찾으라는 얘기다. 최 대표는 네이버를 20여 년간 한 번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만약 재무제표에만 갇혀 있었다면 네이버, 테슬라, 아마존 같은 기업에 투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누리는 효용에 비해 지불하는 돈이 적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종목을 찾으라는 얘기다.

1등 기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최악의 불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버티는 건 1등”이라며 “최고 기업의 주주가 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업계에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제자로도 유명하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대학생 때부터 주식투자로 이름을 날렸다더라’는 ‘전설’들이 많지만 그는 증권업계에 발을 들이고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에셋플러스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입사 3년 만에 팀장을 달았다. 2016년부터 J&J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 주요 연기금 일임자산과 사모펀드를 합쳐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설지연/박의명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