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와 라이벌 관계인 예일대도 비슷하다. 예일대가 보유한 기금은 2019년 303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로, 금융 전문가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해 적극적으로 운용해 왔다.
이런 '아이비리그' 명문대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투자상품 구성)에 새로 담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버드대, 예일대, 브라운대 등이 대학기금으로 가상화폐를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는 "대학기금의 가상화폐 투자는 2019년 중반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중은 미미하지만 여러 대학기금이 가상화폐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대학은 "개별 투자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3년 전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이해하고 있고,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외신에 따르면 이들 대학기금은 미국의 유명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을 통해 직접 투자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의 비정상적인 거시경제 환경(코로나19 사태)이 기금과 기업, 다른 장기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채택을 가속화시켰다"고 설명했다.
ㅡ 애리 폴 블록타워캐피털 공동창업자 (前 시카고대 CIO)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기금 운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이를 장학금과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 대학기금들이 비트코인을 담은 것은 '실험적인 대체투자'의 일환이고, 그 이상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들은 "어찌됐든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가상화폐를 사실상 금기시하는 정부 기조에도 맞지 않고, 가격 급등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감수할 만한 재단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대학들은 자금을 대부분 정기예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일부만 채권형·주식형 펀드,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넣는데 그나마 수익률이 들쑥날쑥하다. 기금 운용 전담조직과 투자지침서(IPS)가 없는 대학은 20% 안팎에 달한다. 이렇다할 '운용' 자체를 하지 않으니 전문가를 둘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