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주가는 ‘10년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2008년 사상 최고가(16만4000원)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다가 2015년엔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랬던 LG전자가 지난해 12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3위 전장부품기업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게 첫 번째 호재였다. 이어 적자에 허덕이던 스마트폰사업까지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소식이 나왔다. LG전자는 전장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 두 달간(2020년 12월 1일~2021년 2월 1일) 주가는 84% 올랐다. 지난달 21일 사상 최고가(18만5000원)를 찍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과 기아는 같은 기간 각각 73%, 51% 올랐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가전, 정유화학, 내연기관차라는 전통산업에 ‘친환경 부스터’를 장착했다는 점이다. 올해는 이들 주식이 장기 주도주가 될 전망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이 꺾여도 주도주는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적이 받쳐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큰 테마를 가진 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그린뉴딜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올해는 정보기술(IT)·화학·자동차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린뉴딜 타고 수익률도 고공행진

작년 시장의 주연이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였다면, 올해 시장의 주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미’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착한 투자’여서가 아니다. 세계적인 그린뉴딜 바람을 타고 수익률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ESG 상품 중에서도 E(환경)에 해당하는 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압도적이었다. ESG ETF의 3개월 수익률 상위 종목은 모두 친환경 ETF다. ‘인베스코 솔라 ETF(TAN·62%)’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 ETF(ICLN·54%)’ 등이 대표적이다. ICLN은 미국에 상장된 플러그파워(PLUG) 주식을 10.10% 들고 있다. 지게차용 수소연료전지 및 충전시설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지난 두 달간 주가가 161% 급등했다.
지난해 9월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액티브펀드 ‘100년 기업 그린코리아 펀드’는 3개월 만에 설정액 1000억원을 넘어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자산운용업계가 출시한 8개 일반 주식형 공모펀드 중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그린코리아펀드가 유일했다. 올해 들어서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2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펀드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SDI KB금융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을 담고 있다. 고숭철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전기차·배터리 관련주뿐만 아니라 플랫폼기업을 함께 담고 있는 것은 이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개월 수익률은 35%로 벤치마크를 웃돌았다.

1등 기업으로 몰리는 ESG 자금

‘능력도 있는데 착하기까지 한’ 기업에는 돈이 이중으로 몰렸다. 2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ESG ETF는 134개다. 이들 ETF가 운용하는 자산은 약 830억달러(약 92조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손’인 ‘아이셰어즈 ESG 어웨어 MSCI USA ETF(ESGU)’는 134억달러(약 15조원)를 굴린다.

담고 있는 종목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페이스북 등이다. ‘지구의 에너지 문제 해결’이 목표인 테슬라는 ESG 펀드가 가장 사랑하는 종목 중 하나다. ESG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테슬라 주가를 더 끌어올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애플과 MS 등은 미국 대표 IT기업이면서 동시에 ESG 등급 최상위 기업이기도 하다.

‘착한 기업’이 실적도 좋을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지난 7년간 ESG 등급 상위권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 대비 이익 증가율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착한 기업에 돈이 몰리면서 투자 수익률도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한때 신재생에너지기업 넥스트라에너지가 탄소 배출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엑슨모빌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위 기업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꾸준히 내놓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