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노조…노동시장보다 더 빠른 조합원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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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내 금속노조 조합원 40%가 사라져
노동 운동 주축 이루던 '87세대'도 모두 퇴장
민주노총 "청년 조직화에 명운 걸려 있어"
청년 취업 막는 '경직성'이 근본 원인이란 지적도
노동 운동 주축 이루던 '87세대'도 모두 퇴장
민주노총 "청년 조직화에 명운 걸려 있어"
청년 취업 막는 '경직성'이 근본 원인이란 지적도
급속한 인구 고령화 현상을 폭탄에 비유하자면 노동조합에는 핵폭탄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향후 10년 이내에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의 40%가 퇴직하고 노동조합 운동의 주축이던 87세대가 모두 퇴장한다. 노조의 위기의식이 잔뜩 배어 있는 이 지적은 지난달 말 김경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이슈페이퍼 ≪금속노조 청년 조합원의 노조 참여 활성화 방안≫에 실려 있다.
대형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조합원이 17만6000명에 이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의 17%가 넘는다. 금속노조의 고령화 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금속노조 조합원의 39.2%가 50대였다. 반면 20대 조합원은 6%에 불과하다. 조합원의 40% 가까운 수가 10년 이내에 사업장을 떠난다는 의미다.
노동조합의 고령화 속도는 전체 인구 변화보다 더 가파르고, 이 현상을 ‘노동조합(조합원)의 고령화’로 표현한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정재우 연구위원이 내놓은 ≪노동조합 고령화와 청년 취업자≫라는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정 연구위원은 2007년과 2015년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부가조사를 활용해 노조원의 연령 분포를 분석했다.
2007년 20대 이하 노조원의 비율은 19.5%인데 반해 50대 노조원은 13.3%다. 20대 이하 청년층이 더 많았다. 불과 8년 만인 2015년 상황은 극적으로 바뀐다. 20대 이하에 비해 50대 노조원이 오히려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20대 이하 노조원 12.1%보다 50대 노조원 비율은 21.7%로 나타났다. 그 만큼 고령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속노조로 가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금속노조 이슈페이퍼에 제시된 2018년 조사에서는 50대 조합원은 39.2%로 20대의 6.0%보다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 간 정서 차이도 거론된다. 청년층 조합원들은 육아, 가사 분담을 중시하는 데 반해 중장년층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 생활보다는 노조의 조직 활동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투쟁 조끼 착용, 집회 참여 등의 노조 활동에서도 기존 노조 간부들이 청년층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고 청년 노조 간부들은 지적한다. 투쟁 방식에 대해서도 왜 그런 방식이 필요한지 이해시켜줘야 받아들이는 청년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금속노조 이슈페이퍼에 소개돼 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노조의 고령화 위기 인식에서 청년층 조직화를 더 활발하게 추진하고 청년 간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김 연구원의 이슈페이퍼 제목이 청년 조합원의 노조 참여 활성화 방안인 점을 봐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민주노총도 같은 인식이다. 양경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조직화에 민주노총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 취임 후 민주노총에 청년사업본부가 신설된 배경이다.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퇴직 이후에도 ‘촉탁직’, ‘계약직’ 등으로 계속 근무하는 경우도 많아 대기업은 신규 채용 여력이 부족하다. 노동연구원의 2015년 보고서는 청년층들이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지 않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주로 취업하기 때문에 노조가 조직돼 있는 대기업에는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노조의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원인이 여기 있다.
결국 노동조합에서 청년 조합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애당초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청년 근로자가 신규로 충원되기가 어려워 노동시장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노동경제학계의 지적이다. 노조에 의해 기존 중장년층의 고용이 과보호된 대기업이나 유노조 사업장일수록 청년 일자리가 생겨나기 어렵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노동조합의 고령화 속도는 전체 인구 변화보다 더 가파르고, 이 현상을 ‘노동조합(조합원)의 고령화’로 표현한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정재우 연구위원이 내놓은 ≪노동조합 고령화와 청년 취업자≫라는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정 연구위원은 2007년과 2015년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부가조사를 활용해 노조원의 연령 분포를 분석했다.
2007년 20대 이하 노조원의 비율은 19.5%인데 반해 50대 노조원은 13.3%다. 20대 이하 청년층이 더 많았다. 불과 8년 만인 2015년 상황은 극적으로 바뀐다. 20대 이하에 비해 50대 노조원이 오히려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20대 이하 노조원 12.1%보다 50대 노조원 비율은 21.7%로 나타났다. 그 만큼 고령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속노조로 가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금속노조 이슈페이퍼에 제시된 2018년 조사에서는 50대 조합원은 39.2%로 20대의 6.0%보다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급속한 노조의 고령화... 인구 폭탄에 비유되기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속노조는 노동조합 내 신구 세대 간 갈등 양상에도 주목한다. 노동조합 문화뿐만 아니라 단체협약까지도 중장년층 조합원에 맞춰져 있다 보니 청년층이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2012년 이후 이중임금제가 도입된 많은 사업장에서는 입사 연도가 1년만 달라져도 임금 차이가 크게 나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직원의 임금 수준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도입된 게 이중임금제가 이제는 노조원 사이에서도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세대 간 정서 차이도 거론된다. 청년층 조합원들은 육아, 가사 분담을 중시하는 데 반해 중장년층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 생활보다는 노조의 조직 활동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투쟁 조끼 착용, 집회 참여 등의 노조 활동에서도 기존 노조 간부들이 청년층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고 청년 노조 간부들은 지적한다. 투쟁 방식에 대해서도 왜 그런 방식이 필요한지 이해시켜줘야 받아들이는 청년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금속노조 이슈페이퍼에 소개돼 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노조의 고령화 위기 인식에서 청년층 조직화를 더 활발하게 추진하고 청년 간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김 연구원의 이슈페이퍼 제목이 청년 조합원의 노조 참여 활성화 방안인 점을 봐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민주노총도 같은 인식이다. 양경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조직화에 민주노총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 취임 후 민주노총에 청년사업본부가 신설된 배경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청년층 조직화에 조직의 명운 걸려"
하지만 노조원의 고령화와 해법에 대한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시각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근본적으로는 청년층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노조가 조직화 돼 있는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는 신규 채용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데다 퇴직 이후에도 ‘촉탁직’, ‘계약직’ 등으로 계속 근무하는 경우도 많아 대기업은 신규 채용 여력이 부족하다. 노동연구원의 2015년 보고서는 청년층들이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지 않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주로 취업하기 때문에 노조가 조직돼 있는 대기업에는 청년층이 유입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노조의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원인이 여기 있다.
결국 노동조합에서 청년 조합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애당초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청년 근로자가 신규로 충원되기가 어려워 노동시장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노동경제학계의 지적이다. 노조에 의해 기존 중장년층의 고용이 과보호된 대기업이나 유노조 사업장일수록 청년 일자리가 생겨나기 어렵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