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4월 7일)가 다가오자 여야가 ‘고삐 풀린 망아지’ 모양으로 무책임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수조~수십조원의 막대한 국민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 사업의 재원 조달방안과 실현 가능성은 제쳐놓고 표를 위해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남은 임기가 1년2개월에 불과한 시장 후보들의 공약이 가히 대선주자급이다.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 속에 논란 많던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이달 임시국회 통과가 기정사실이 될 판이다. 이 법을 ‘여당의 선거용 전략’이라고 비판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부산을 방문해 ‘적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가치도, 원칙도 팽개친 꼴이다. 10조원 넘게 투입될 국책사업에 여야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특혜까지 주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는 데 손발을 맞춘 듯하다.

이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은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공약을 추가했다. 속된 말로 ‘묻고 더블로 가자’는 식이다. 한·일 해저터널은 20여 년 전부터 선거 때마다 단골 지역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재원 부담에 매번 공수표가 됐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사업을 제1야당 리더가 불쑥 던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여당이 자기 당 출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본 해저터널을 ‘친일적 의제’라고 비난한 것도 듣기 민망하다.

서울시장 후보들이 실현 불가능하거나 월권적인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것도 볼썽사납다. 여당 후보의 ‘5년 내 공공분양주택을 통한 반값아파트 30만 가구 건설’은 현 정부가 틀어막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지 않으면 그만 한 부지를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위에 대규모 택지 마련, 철도 지하화 등의 대형 사업은 막대한 비용과 공법(工法)도 문제거니와 보여주기식 공약이란 비판을 받는다. 야당 후보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처럼 중앙정부가 결정할 정책을 마치 시장이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표심을 현혹한다. 선거가 어쩌다 정치꾼들의 도박판으로 전락했나 싶다.

더 걱정스런 것은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묻지마’식 황당 공약들이 얼마나 더 나올지 겁부터 난다. 무리한 개발사업과 온갖 명목의 돈 풀기는 계속될 게 뻔하다. 여당 대표가 어제 ‘아동수당 만 18세까지 확대’ 등 무차별 복지 확대방안을 내놓은 것도 선거용 냄새가 짙다. 야당까지 포퓰리즘 열차에 올라타 아무 견제장치도 없다. 옥석 가리기는 유권자 몫이지만 이젠 구분할 방법이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