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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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신형 건조기가 국가통합안전인증(KC인증)을 받지 않은 채 매장에 진열돼 있다고 정부에 제보한 당사자가 경쟁업체인 A사로 밝혀졌다. LG전자는 이 일로 신제품 출시가 지연돼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고, 경쟁사는 신제품 건조기를 시장에 먼저 출시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LG전자가 미인증 건조기를 매장에 진열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의 조사를 받고 이듬해 검찰에 고발 당한 사건의 제보자가 경쟁업체인 A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제품안전관리원에 “LG전자가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사전예약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안전관리원은 A사의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실시, LG전자의 16kg 대용량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트롬 건조기’가 KC안전인증을 미획득한 상태로 예약 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자제품 유통을 위해선 의무적으로 KC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시 LG전자는 건조기 시장의 후발주자인 A사가 맹추격하고 있는 점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전 예약을 받은 뒤 KC안전 인증이 나오면 배송에 나서려다 제재를 받은 것이다. LG전자는 사건 이후 KC인증을 획득해 건조기 판매에 나섰지만 출시일이 늦어지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이를 제보한 A사는 신제품 건조기를 LG전자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주목을 받은 제품안전관리원은 시중 유통제품에 대한 조사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9월 출범한 산업부 산하 기관이다. 출범과 동시에 LG전자 건조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존에 유명무실하던 정부의 유통제품 조사 제도가 이 사건을 계기로 활력을 얻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제품안전관리원에 접수되는 불법·불량 제품에 대한 신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에는 8206건의 신고가 접수 됐고, 실제 위반사례 적발 건수는 4450건에 달했다. 이 중 LG전자의 사례처럼 경쟁 업체의 제보로 조사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경쟁사 견제의 용도로 민원이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외에도 노트북 제조 판매에 관한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오시스코리아’가 제품안전관리원의 제재를 받았다.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인 L사와 B사도 KC미인증으로 제재를 받은 경우다. 제품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불법·불량 제품 조사업무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조사 업무 역량을 더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노경목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