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주가 지난달 중순 이후 약 10%씩 조정을 받았다.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러한 부진 배경에는 ‘관치 금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이 은행을 이익공유제 참여 주요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고, 배당 자제 압박이 커지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일 0.85% 떨어진 3만48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13일 이후 이날까지 주가 하락폭은 13.31%에 달한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64% 조정을 받는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KB금융(-11.52%), 우리금융지주(-10.25%), 신한지주(-6.58%) 등도 같은 기간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이들 종목은 연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는 상승 흐름을 탔다. 은행주가 연중 고점을 찍은 지난달 13일까지 하나금융지주는 16.52% 올랐다. KB금융(8.99%), 신한지주(6.71%), 우리금융지주(3.29%) 등도 이 기간 상승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이들 종목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개월 전부터 최근까지 작게는 3.5%(KB금융)에서 많게는 6.8%(하나금융지주) 올랐다. 하지만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산출할 때 잘 반영하지 않는 ‘정무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겼다. 지난달 정치권이 은행을 이익공유제의 주요 참여 대상으로 지목했고, 최근에는 금융위원회가 배당 자제 ‘권고’를 의결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커진 것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던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지난달부터 더 강해졌다”며 “은행의 주주친화정책이 후퇴하면서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등 가능성이 있어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개입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창구지도(구두 요구)’를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문서화(금융위의 자본관리 권고안 의결)했다”며 “앞으로 권한을 무분별하게 남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자제 권고 유효기간을 오는 6월로 정했는데 이때 연장이 안되면 그동안 못했던 배당을 몰아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