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포럼 주제 다룬 '클라우스 슈밥의 위대한 리셋' 출간

"역사적으로 거대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큰 변화를 거쳤고, 그 변화를 기초로 새로운 경제 시장이 조성되고 더 큰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위대한 리셋'의 시기를 어떻게 맞이하는가에 국가, 기업, 개인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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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도록 온 세계를 바짝 긴장케 하는 코로나19는 국가를 통치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글로벌 경제 활동을 하는 기본 질서의 궤도에 커다란 굴절을 일으켰다.

그래서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 포럼') 회장이자 '제4차 산업혁명' 주창자인 클라우스 슈밥의 일성이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슈밥 회장은 올해 세계경제포럼의 공식 주제인 'The Great Reset(위대한 리셋)'의 핵심 의제를 다룬 신간 '클라우드 슈밥의 위대한 리셋'을 통해 코로나19가 미래 세계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과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야 할 정부·기업·개인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세계화의 부분적 후퇴, 미중 갈등의 심화, 이민자 문제, 새로운 통화 정책, 급진적 복지와 과세조치 등 전방위적 변화가 전 세계를 휩쓸 것이라고 예고하며,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사회·경제 등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전 세계의 신속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4차 산업혁명' 주창자가 분석한 코로나19 이후 세계
슈밥 회장이 경제학자 티에리 말르레와 함께 쓴 이 책은 미래 세계의 모습을 3개 파트로 나눠 예측해나간다.

제1장을 통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경제적, 사회적, 지정학적, 환경적, 기술적이라는 다섯 가지 거시적 범주에 미칠 영향을 평가한 뒤, 2장에서 팬데믹 상황이 특정 산업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핀다.

이어 3장에서는 정신건강, 도덕적 선택, 소비 패턴 등 개인적 차원에서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대한 가설을 제시한다.

저자는 팬데믹 초기 봉쇄조치로 인한 일시적 해고가 영구적으로 고착되며 로봇과 AI(인공지능)의 노동 대체를 급격히 증가시킬 것이고, 이는 노동시장의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본다.

이것은 일자리의 양극화와 직결되는데, 가장 취약한 계층이 코로나19로 무너진 고용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과 로봇으로 대체되기 쉬운 산업 노동자들이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거 수십 년보다 훨씬 낮은 성장이 새로운 경제 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는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란 장기적 추세와 맞물려 충격파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 경제시장에 대한 비판이 힘을 얻으면서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의 힘을 강화하고 사회경제 부문에서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려는 '소비자 중심주의'가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갖는 지배력도 새롭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정책 입안자들이 통상적인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발권력을 동원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쓸 것이며, 이 같은 재정과 통화 정책 사이의 암묵적 협력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제로 금리를 도입한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고전적 통화정책 수단으로 경제를 부양하긴 어려울 것이며 이는 금리를 마이너스로 대폭 내리는 조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개별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범세계적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의 부작용도 주목해야 한다.

그 경우에 긴축, 분열, 분노, 파벌주의가 점점 거세질 것이며, 결국 세계는 더 이해하기 힘들고 무질서해져 원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엔트로피의 시대'로 진입할 위험이 크다는 것. 일부 국가의 쇠퇴, 산유국의 파멸, EU 해체 가능성, 미중 관계 붕괴 등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세계화의 퇴보,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재 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요 이슈로 꼽으며, 극우파와 극좌파 모두가 이번 기회에 자본재와 사람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도록 장벽을 올리는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움직임이 연쇄 파장을 일으키며 보호무역주의를 자제하라는 전문가와 국제기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진국들 또한 무역과 투자 장벽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공동체에 대한 집단 감수성, 개인 및 사회적 연대, 관대함과 이타주의의 규범을 보여줬다.

하지만 반대로 공포와 수치심, 인지적 맹점으로 인한 흑백사고가 만들어낸 음모이론과 가짜뉴스, 악의적 아이디어가 전파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애국심과 민족주의 정서가 깊어지고 종교적, 인종적 배타의식이 강화되는 것도 문제로 대두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지금의 팬데믹은 사람들이 공감과 협력의 감각을 키워 더 큰 연대를 향해 나아가게 할 것인가? 슈밥 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인류가 공동선이 무얼 의미하는지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며, 또한 우리의 시간감각을 변화시켰고 봉쇄 경험을 통해 우리의 선택과 습관의 결과를 더 의식하게 만들고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대중들이 눈을 크게 뜨게 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서두에 실린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의 일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격려와 함께 팬데믹 이후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가져갈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한국은 우리 모두에게 놀랍고 고무적인 본보기입니다.

정부의 결정적 조치와 적절한 정책, 자원의 대량 동원, 그리고 강력한 사회적 협력과 정보 공유 덕분에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빠르고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회복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공동의 노력과 사회 화합을 통해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진원 옮김. 메가스터디북스 펴냄. 340쪽. 1만8천원.
'4차 산업혁명' 주창자가 분석한 코로나19 이후 세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