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가덕도 꽃놀이패, 여당에만 줄 수 없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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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아니다”던 與 “포퓰리즘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코너 몰린 국민의힘도 뒤늦게 “특별법 찬성” 가세
대형 국책사업, 비용 추계도 재원 방안도 없이 막무가내 추진
최소 10조원 재정 소요 예상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
코너 몰린 국민의힘도 뒤늦게 “특별법 찬성” 가세
대형 국책사업, 비용 추계도 재원 방안도 없이 막무가내 추진
최소 10조원 재정 소요 예상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
지난해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계획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환영했다. 발표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추진 입장을 밝혔다. 한정애 당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현 환경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도 만들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여당이 4월 재·보궐선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부인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검증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것이 열 달도 전”이라며 “그 때 보궐선거 계획이 있었나.(야당의 비판은)이상하지 않나”고 반박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년 6개월 전 검증을 시작할 당시, 누가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그동안 진행해온 검증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부산·경남(PK)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보고도 없이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 추진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대구 출신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PK와 대구·경북(TK) 의원들 간 갈등이 표출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혼선은 계속됐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시 기자에게 “가덕도 신공항은 솔직히 여론이 때리면 때릴수록 표에 도움이 된다”며 “국민의힘 자중지란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여당에 꽃놀이패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표를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에 일거삼득의 효과를 거둘 묘수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부산시장 보궐 선거 원인이 된 자기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물타기를 기대했고, 최근 여론지지율이 오르는 것으로 보면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분열에도 성공했다.
선거용이 아니라던 이 대표는 지난 1월 두 차례나 부산을 방문해 여권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 등에 힘을 보탰다. 지난 1일 국회를 방문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2월 임시국회 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불가역하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시도민의 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선거용이 아니라던 말은 온데간데 없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로 국민의힘엔 비상이 걸렸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울·경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0.2%포인트 하락해 29.9%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8.4%포인트 올라 34.5%를 기록, 역전했다. 4일 뒤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28.7%로, 31.3%를 기록한 민주당에 뒤졌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덕도 신공항을 여당의 ‘선거용 전략’이라던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일 부랴 부랴 가덕도를 방문해 ‘적극 지지’로 급선회한 것은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후보들은 김 위원장에 “이러다 선거를 다 망친다”며 “조속히 찬성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언주 후보는 지난달 28일 “중앙당과 지도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부산시장) 최종후보가 되더라도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까지 했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하면서 부산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고민은 또 있다. 이번엔 TK 민심이 심상찮다. 대구가 지역구인 김상훈·강대식 의원은 “국가 백년대계인 공항건설 계획이 표 계산에 의한 선거용으로 전락돼서는 안된다”며 “의석수에 기대 정해진 결론을 강요하지 말고 국민이 이해 가능한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예비타당성을 면제하는 내용까지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10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비용 추계와 재원 마련 방안은 백지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되게 됐다. 국민의힘이 돌아선데 대해 한 당직자는 “부산시장 선거 꽃놀이패를 여당에 그냥 넘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선거에 나라 곳간은 아랑곳 않게 됐다.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여당이 4월 재·보궐선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부인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검증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것이 열 달도 전”이라며 “그 때 보궐선거 계획이 있었나.(야당의 비판은)이상하지 않나”고 반박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년 6개월 전 검증을 시작할 당시, 누가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그동안 진행해온 검증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부산·경남(PK)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보고도 없이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 추진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대구 출신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PK와 대구·경북(TK) 의원들 간 갈등이 표출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혼선은 계속됐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시 기자에게 “가덕도 신공항은 솔직히 여론이 때리면 때릴수록 표에 도움이 된다”며 “국민의힘 자중지란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여당에 꽃놀이패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표를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에 일거삼득의 효과를 거둘 묘수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부산시장 보궐 선거 원인이 된 자기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물타기를 기대했고, 최근 여론지지율이 오르는 것으로 보면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분열에도 성공했다.
선거용이 아니라던 이 대표는 지난 1월 두 차례나 부산을 방문해 여권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 등에 힘을 보탰다. 지난 1일 국회를 방문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2월 임시국회 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불가역하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시도민의 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선거용이 아니라던 말은 온데간데 없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로 국민의힘엔 비상이 걸렸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울·경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0.2%포인트 하락해 29.9%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8.4%포인트 올라 34.5%를 기록, 역전했다. 4일 뒤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28.7%로, 31.3%를 기록한 민주당에 뒤졌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덕도 신공항을 여당의 ‘선거용 전략’이라던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일 부랴 부랴 가덕도를 방문해 ‘적극 지지’로 급선회한 것은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후보들은 김 위원장에 “이러다 선거를 다 망친다”며 “조속히 찬성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언주 후보는 지난달 28일 “중앙당과 지도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부산시장) 최종후보가 되더라도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까지 했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하면서 부산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고민은 또 있다. 이번엔 TK 민심이 심상찮다. 대구가 지역구인 김상훈·강대식 의원은 “국가 백년대계인 공항건설 계획이 표 계산에 의한 선거용으로 전락돼서는 안된다”며 “의석수에 기대 정해진 결론을 강요하지 말고 국민이 이해 가능한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예비타당성을 면제하는 내용까지 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10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비용 추계와 재원 마련 방안은 백지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되게 됐다. 국민의힘이 돌아선데 대해 한 당직자는 “부산시장 선거 꽃놀이패를 여당에 그냥 넘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선거에 나라 곳간은 아랑곳 않게 됐다.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