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전자회로에서 신호를 전달·처리하고 회로의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통신장비 등 들어가지 않는 데가 없다. MLCC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배경이다.

전자부품업체 아모텍이 올 상반기 MLCC 생산을 시작한다. 국내 기업이 MLCC를 생산하는 건 대기업 삼성전기, 중견기업 삼화콘덴서에 이어 세 번째다. 아모텍은 인천 남동공단 공장에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양산 전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아모텍 창업자인 김병규 회장(사진)은 3일 “올해는 2017년 이후 3년 넘게 공들인 신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텍이 양산에 나서는 MLCC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5세대(5G) 이동통신 및 네트워크장비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 회사의 MLCC는 팔라듐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을 전극 재료로 활용한다. 니켈, 구리 등을 재료로 쓰는 범용 MLCC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부가가치도 범용 제품의 10배가 넘을 정도로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모텍은 통신 및 네트워크장비에 이어 정보기술(IT),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시장으로 적용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범용 MLCC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MLCC 시장은 2020년 16조원에서 2024년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모텍은 김 회장이 “일본 부품·소재를 넘어서겠다”는 일념으로 1994년 창업한 회사다. 스마트폰 시장의 훈풍을 타고 정전기 방지용 휴대전화 부품인 칩바리스터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및 요금결제용 안테나 부품 시장에서 각각 세계 1위에 올랐다.

아모텍은 IT 부문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앞세워 자동차 전장 시장을 새 성장동력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용으로 공급해온 안테나와 프리미엄 가전이 주 매출처이던 전자(BLDC)모터를 전장용으로 대량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BLDC모터는 브러시 없이 센서와 드라이버로 구동돼 효율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이다.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램프 또는 배터리의 열을 낮춰주는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두 제품 덕분에 2017년 600억원이었던 전장 부문 매출은 올해 두 배 안팎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30%, 올해 약 40%에 이어 내년에는 50%로 커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고 글로벌 리더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공급하는 게 아모텍의 성공 방정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G, 전기차, 자율주행 등 변화하는 기술 수요를 충족시키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스마트폰 부품 실적이 꾸준한 가운데 전장 매출이 늘어나는 데다 MLCC 생산도 결실을 맺으면서 아모텍은 올해부터 다시 성장세에 진입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매출 3154억원에 영업이익 408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때부터 MLCC에 집중 투자한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625억원, 영업손실 23억원을 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