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3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노원구지회장 및 운영진들에게 상계뉴타운 및 관내 노후 아파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3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노원구지회장 및 운영진들에게 상계뉴타운 및 관내 노후 아파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파일명 'v'가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만 하는 이유' 제목의 글을 올려 "문건 제목의 'v'라는 이니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 칭해왔음을 알고 있다. 결국 'v'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 내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v는 '버전'(version)을 뜻한다고 지적하고 "문서 작업 한 번도 안 해봤나"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선거 때가 되면 이성의 상실 현상을 자주 보지만, 지성의 상실이라는 괴현상은 처음"이라며 "그렇다면 V3는 안철수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세 번 한다는 뜻인가"라고 비꼬았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오 전 시장이 손가락 '브이'자를 취한 사진을 올리며 "큰 웃음 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 열심히 V(브이) 날릴 때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라며 "내가 보수를 몰락시켰다, 나는 대통령을 지지한다 (의미) 맞나"라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 서울시장이자, 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의혹 제기 수준이 너무도 참담하고 황당한 탓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며 "오 전 시장의 말대로라면 지금도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위하여 작성 중인 문건이 수만, 수억 건인 셈"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 페이스북에는 'HWP는 히든 원자력 플랜의 약어인가', 'PPT는 평양 프레지던트 따봉의 약자냐', '브이로그(V-log)는 대통령 기록물을 말하는 것인가' 등 조롱 댓글이 수천개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버전으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들을 많이 받았다. 저의 입장에 혼란을 초래한 결과가 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대북지원에 관한 저의 입장, 즉 대통령께서 직접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달라는 요청은 변함이 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이 문서의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