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홍 부총리가 반기를 든 데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회의에서 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정부직 공직자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이고, 그래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여당에서는 기재부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5선의 설훈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며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고 있다”며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혹시 정부와 의견이 조금 다른 사안(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국민에게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 봐 (걱정한 것)”라며 “(SNS에서는) 재정당국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 없이 막무가내식 ‘곳간 털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것인데 사퇴를 언급한 건 과했다는 의견도 있다”며 “부총리로서는 신용등급 하락 등 국가신인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현/노경목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