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대 여당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방식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소상공인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전 국민 일괄 살포를 함께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재정 퍼주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정의 총책임자로서 바람직한 자세이며, 반대논리도 전적으로 타당하다. 관건은 둑이 터진 듯한 거대 여당의 재정포퓰리즘에 맞서 끝까지 소신을 지킬 수 있느냐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선별·일괄 패키지 지원’ 추진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반대 이유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은 ‘건전재정론’을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여권의 ‘대권주자’ 모두를 겨냥한 쓴소리가 분명하다. 특히 “(재정 지출은)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라는 대목은 최근 재난지원금 논란에서 핵심을 짚었다.

그는 “국가 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숫자로만 비교되고 또 그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며 “재정규모, 부채 증가속도, 국가신용, 세금 부담과 연결된 복합 사안”이라고 했다. 급증하는 국가채무의 위험성뿐 아니라, 대외신인도 악화와 나라살림의 지속가능성 문제까지 지적한 셈이다. 재정학의 요체를 강조했다고 해도 될 만하다. 입바른 말이 이제야 나온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건전재정론’이 끝까지 지켜지길 기대한다.

정부 경제팀장이자 재정 주무장관 본연의 역할을 한 데 대해 여당에선 또 기다렸다는 듯 공격하고 나섰다. “그럴 거면 물러나라”는 사퇴 공세는 역설적으로 그가 적절할 때 꼭 필요한 목소리를 바로 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홍(洪)두사미’ ‘홍백기’라는 말이 다시 나와선 곤란하다. 이제 ‘공직자 홍남기’ 개인 위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수석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존재 이유와 국가 재정 미래가 그의 소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부총리가 여당과 싸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면 서글픈 현실이다. 코로나 쇼크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대내외 경제여건은 더욱 불확실하다. 결국에는 재정 살포와 기부금 강요로 이어질 ‘사회연대기금법’이라는 좌편향 법안까지 나왔다. ‘재정의 조삼모사’ 같은 이런 법이 우리 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몰고올지 우려스럽다. 재원 고민 없는 무차별 퍼주기에 대해 홍 부총리는 직(職)을 걸고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